김종기의 한국사회 읽기

김종기 문화비평가

[평택시민신문] 드디어 대선이다. 더블어 지방정치도 빨라지고, 대선의 향배가 가져올 지방정치의 지형변화가 벌써 세인의 관심사가 된 느낌이다. 가장 가까운 지방정치가 시장의 선거라는 점에서 누구보다 공시장의 정치적 호흡이 바빠질 수 있다. 선거를 앞둔 피선거권자의 입장이면 쫒기는 마음이 들듯 하다. 결산을 앞두면 딱히 잡히는 것이 없고,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핵심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 듯도 하다. 이런 조급함이 무리수를 부르고, 업적이 아니라 실책이 판을 가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부디 공시장은 이러한 선거강박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시장 본인만이 아니라 우리 평택시의 시정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공시장의 3년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름 변화의 시기였다. 우려와는 달리 시정은 크게 무리가 없었고, 시정과 인사에 잡음이 작아지고, 무엇보다 편안해진 느낌이다. 시가 솔직해지고, 시정의 사유적 색깔이 엷어진 느낌이며, 시장이 건강하고 소탈해서인지 사실 여부를 떠나 시가 낮아지고 열려진 느낌이다.

드디어 삼성전자가 6-7월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고, 뜨거운 감자였던 브레인시티가 온갖 우여곡절 속에 새로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새삼 평택항의 경계분쟁 결정 시 공시장이 보여준 결단과 패기가 생각난다. 2035도시기본계획까지도 수립했다. 송탄과 평택을 묶은 제1도심과 평택항의 배후지인 서부권을 부도심으로 설정하는 도시공간구상의 변화가 흥미롭다. 평택과 송탄간의 복잡미묘한 도시갈등을 우회하는 동시에 서부권의 발전과 개발에 방점을 부여하는 이미지프레임(imageframe)이 놀랍다.

시장은 물론 우리 평택이 더없이 바빴다는 느낌이고, 새삼 너무 산만하고 수선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선거로 인해 시정의 발걸음이 더 빨라질까 걱정이다. 조금은 천천히 차분하게 가자.

평택호관광단지의 좌초는 시민의 입장에서도 안타깝지만 공시장에게는 더 큰 아픔일 수 있다. 사실 공시장만의 실책이 아니다. 현실성 없이 확장된 사업이고, 표를 의식해 40년을 끌어온 사업이다. 공시장이 이 사업의 성사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음은 현덕지역에 사는 시민들도 충분히 헤아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이다. 평택시는 평택호관광단지에 대한 면피용이 아닌 실현가능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사업성이 부족한데 민간투자개발을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 방안이 아니다. 시가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대표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신속하고 현실성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약이 될 것이다.

 

구도심의 재생과 활성화를 위한 보다 신중하고 심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재생디자인과 도시인프라 그리고 발전을 앞당기는 선도시설의 계획 없이 지역의 용도와 용적율만을 상향하는 것은 결국 지가만을 높여 구도심을 영원히 개발하기 힘든 지역으로 내몰고, 발빠른 도시형 생할주택업자들의 치고 빠지는 먹잇감만 될 뿐이다. 이것은 마치 잠시 진통제를 주는 것과 같아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음을 통찰해야 한다.

새로운 택지의 개발이나 공공주택의 공급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우리 평택은 대규모 택지와 아파트가 과잉공급 되는 지역으로 앞으로 가장 어려운 도시문제가 될 것이다. 특히 도시공사를 통한 시 주도의 택지개발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브레인시티 등 도시공사가 짊어질 사업이 이미 과중하며, 지역 현안에 따른 개발요구와 필요성은 이해되지만 작은 규모의 도시개발은 도시의 집적화와 규모화에 역행하고, 도시의 산재와 산만함을 가중한다.

시장임기의 후반이다. 시장은 시기적으로 평택과 송탄의 도시적 통합과 경쟁력을 높이는데 시정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제역세권을 중심으로 교육과 문화를 선도하는 구체적 도시통합비전을 만들고 단계적 추진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공시장의 열정과 사심 없음을 많은 시민들도 느끼는 듯하다. 시정의 외압이나 청탁 또는 나눠먹기식 행태를 거부하는 공시장의 공직자적 소신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시장 역시 지방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책무만이 아니라 권한이고 역량이다. 혹여 소통을 강조하는 공시장이 ‘외곬이다’라는 오해는 벗어야 한다. 전문가, 지역정치인, 오피니언리더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역시 정치적 수렴이며 조정이고 통합임을 인식해야 한다. 덧붙여 행정역량의 강화를 위해 지금처럼 무리 없는 인사행정에 더해 주요핵심부서의 능력화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작금 서울에 진학한 우리 평택출신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의 설립을 놓고 현시장의 전임시장에 대한 막말파문이 회자되고 있다. 좀 더 유연하고 좀 더 세심하고 좀 더 소통하였다면 충분히 협의되었을 나름 명분 있는 사안이 꼬인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처럼 실책이 본질을 뒤덮는 어처구니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얼마 전 ‘평택시새마을회의 의회에 대한 집단항의시위’가 꼬리를 문 느낌도 든다. 더 이상 밀어붙이기식으로는 안 된다. 한걸음 물러나 호흡을 고르고 좀 더 성찰할 때 공시장도 그리고 지역정치도 변화하고 깊어지는 전기가 될 것이다.

장자가 이야기 했던가? “세상에 참고 참아서 일을 이루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화를 내고 일을 이루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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