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꽃길 탐방기

배 꽃 흐드러지게 핀 과수원길평택문화원이 주최하고 평택섶길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평택섶길 걷기여행이 22일 토요일 시청광장에서 출발해 죽백초교까지 약 7km 구간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따뜻한 봄볕 아래 통복천과 배다리공원, 죽백동 일대 배밭, 죽백초교로 이어지는 과수원길을 걸으며 봄의 정취에 흠뻑 취했다. /드론 촬영 평택시사진작가협회 양공달

평택섶길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2017년도 평택섶길 과수원길 정기걷기여행 ‘배꽃 만나러 가자’가 지난 22일 진행돼 시민 100여 명이 약 7km 과수원길을 함께 걸었다. 이날 과수원길 주변 배밭에는 배꽃이 활짝 피어 있어 참석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행사에 참가한 단체 및 가족들에게 단체명 및 가족명을 붓글씨로 새긴 깃발을 기념품으로 나누어 주고, 평택 배를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참석자들의 즐거움을 더하기도 했다.

다음은 ‘배꽃 만나러 가자’에 참석한 박미자 해군어린이집 원장의 탐방기이다.

 

시청광장-뉴코아사거리-통복천-배다리공원-죽백동일대 배밭-죽백초교 약 2시간 코스

멀리 떠나지 않고 즐기는 평택만의 여행…섶길 12코스 모두 걷고 싶다

4월은 어디를 가나 꽃길이다. 그래서 걸어야 한다.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자신을 힐링하며 휴식할 수 있는 꽃길에서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자연의 그들과 감사인사를 나누어야 한다. 4월 중순이면 벚꽃잎이 지면서 바통을 이어받는 꽃이 배꽃이다.

2017. 4. 22(토) 평택 섶길 정기 걷기여행 ‘배꽃 만나러 가자’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평택 섶길은 12코스로 대추리길, 노을길, 비단길, 명상길, 원효길, 소금뱃길, 신포길, 황구지길, 뿌리길, 숲길, 원균길, 과수원길(배꽃길)이 있다. 이번 여행은 그 중 한 코스인 과수원길인 배꽃길 걷기인 것이다.

평택 섶길에 총 연장길이는 200km이지만 이번 행사는 시청광장-뉴코아사거리-통복천-배다리공원-죽백동 일대 배밭-죽백초등학교로 이어지는 과수원길 일부를 약 2시간 동안 걸으며 섶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도록 계획되어있었다.

참여한 단체는 행사를 주관하는 평택섶길추진위원회와 평택문화원, 우리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회원조직회의 ‘그럼그럼’산악 동아리와 교차로, 시민신문, 평택포럼 등 약 100여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그럼그럼은 정기적으로 근교의 산행을 하며 친목을 다지는 동아리지만 모처럼 등산대신 참여하게 되었는데 행사장엔 지역 문인도 있었고 재능기부하며 깃발에 단체명을 써주는 학원 원장님도 있었으며, 드론을 띄워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분도 있어서 충분히 즐겁게 동참할 수 있었다. 평택 섶길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민보다 외부인들이 더 관심이 많다고 설명하던데 아무래도 우리 고장 사람들이 관심을 더욱 가져야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한복의 깃에서 섶이라는 이름을 따온 것처럼 자연과 문화, 예술과 사람 모두를 친화적으로 이어주고 여미어주는 아름다운 길이 되었으면 한다.

하얀 바다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과수원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수시로 배꽃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말꽃과 웃음꽃을 피웠다. 이맘때면 배꽃을 감상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하곤 했지만 오랜만에 쾌청한 날씨 속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흙냄새를 맡아가며 도보 여행하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조용했을 길들이 꿈틀거리고 땅 속에서도 분주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망촛대와 눈시리게 푸른 보리밭길을 지나치며 시골길, 과수원길 노래가 떠올라 나직이 흥얼거려 보았다.

유선방송사 옆길에 다다르니 하얀 비단을 깔아놓은 듯 한 배꽃의 향연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고 흰 꽃밥을 보는 내내 절로 배가 불러왔다.

배밭 가운데엔 예쁜 집을 짓고 사는 친구가 있기에 잠시라도 들리고 싶었지만 동행하는 분들과 보폭을 맞추기 위해 그냥 지나쳤다. 그 친구와는 그림 그리는 취미가 같고 여고시절 배꽃길을 자주 거닐던 추억이 있다. 담임선생님께는 배를 드리면서 우리는 아직 가난하니 갈비라고 생각하고 잡수시라고 했던 생각이 난다. 배를 한 입 베어 물면 웃음만큼이나 줄줄 쏟아지던 단물, 갈비처럼 뜯어먹어서인지 과즙인지 육즙인지 끈적이던 손가락까지 맛나게 빨아먹었던 것 같다. 생각할수록 침이 고이는 추억거리다.

소박하게 피는 배꽃이지만 둘레는 참 환하다. 몇 해 전만 해도 배꽃 피는 봄밤이면 문인들끼리 낭만적인 시낭송회를 갖기도 했는데 근래에는 추진하는 문인이 없어 아쉽다.

온화한 애정의 꽃말을 가진 배의 꽃잎은 5장, 건강한 배의 씨는 10개이다. 배나무는 대개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지만 가지를 옆으로 눕히고 잡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햇살을 골고루 받아 배도 많이 열리고 관리하기도 쉬워진다고 한 농부님께서 배꽃과 관련한 해설을 해주셨다.

배를 고를 때는 우선 딱 보기에도 색깔이 좋아야 되고 크기도 매끈하고 모양도 봉긋하게 예뻐야 과육이 시원하고 달다. 배꽃이 몽글몽글 피어나면 솎아주어야 하고 사람은 벌이 되어 꽃가루받이를 해주어야 한다. 사람이 곤충의 일까지 해버리니 배꽃은 향기가 없어지고 벌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실제 배꽃주변엔 언제부턴가 벌들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죽백동 일대는 토양이 좋아 집단 배농가가 형성된 역사와 함께 현재까지도 평택 배과수원 농가의 절반 정도인 200여 농가가 있다는 정보와 더불어 재배 품종은 대부분 신고라고 알려 주셨다. 배는 그 동안 농가의 아이들에겐 교육을, 가족들에겐 귀한 양식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해산장소인 죽백초교에 도착했을 때는 평택과수조합에서 맛난 배를 후원해 주었다. 마침 갈증이 났던 터라 휴식하면서 깎아먹는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고, 평택시에서는 감사하게도 출발점이던 시청까지 셔틀버스를 대절해주어 귀갓길이 아주 편리하였다.

과수원길을 걷는 동안 안타깝게 숨어있는 복병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누군가가 몰래 버린 쓰레기더미였다. 안전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깨진 유리와 썩지 않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무심코 버린 자신의 양심과 행동을 다시 주워 담기를 바란다. 복지란 뒤에 올 사람을 위해 뒷마무리를 깨끗하게 해놓는 것이다. 우선이라도 자원봉사의 손길을 빌려 길들의 아우성을 잠재우고 회복시켜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 좋은 행사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것을 먼저 연상하게 되는데, 반드시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산천이 수채화처럼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요즘, 자연의 생동력을 가장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삶을 대하는 자세를 재정립해야 된다. 탱글탱글 살아 움직이는 새순들의 역동 에너지들을 고스란히 받아 생생한 삶을 배울 필요가 있다.

여행은 혼자하는 것도 좋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의미 있는 배꽃길을 함께 걸음으로써 그럼그럼 동아리 회원들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짐은 물론 우리 고장의 숨어있는 풍광도 발견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평택의 문화와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다양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 큰 수확일 수 있겠다. 앞으로도 푸르게 숨쉬는 12코스의 아름다운 섶길을 걸으면서 우리 고장을 지키고 나와 이웃을 돌아보며 미래를 생각해보는 착한 지역민이 되자고 다짐해 본다. 어쩌면 밋밋할 수도 있는 배꽃길에서 삶의 한 수를 배울 수 있도록 꽃길걷기 이색체험 탐방 행사를 기획해 주신 섶길 추진위원님들께 감사를 전한다. 주렁주렁 달콤하고 시원한 소식들을 달고 찾아올 가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박미자 해군어린이집 원장 / 시인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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