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민의견 모아 듣고 품격있는 민주도시 만든다면서 시간배분도 비효율적…시민 이슈 백서로 정리되어야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사회통합위원장

제1회 평택시 200인 원탁토론 “시민에게 길을 묻다!”라는 행사가 ‘평택의 현재진단과 미래발전방안’이란 주제로 2017년 5월 23일 평택시 청소년문화체육센터에서 평택시청 주최, 코리아스픽스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평택시민들은 문화공간, 녹색생태공간, 고교평준화 등 교육혁신, 서민복지, 지역간 균형발전, 저렴한 선진 교통, 병원 인프라, 무사안일 행정에 대한 시민참여 행정서비스, 반값 장례식, 개발에 따른 공평한 보상체계, 공동체 강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전체 행사 중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의 사회는 일품이었다. 멘트의 적절성이며 시민들을 대변한 멘트는 별미였고 박수를 받았다. 교육관련 토의에서 공재광 시장은 다음번에 교육장을 초청하겠다고 했을 때, 지역 국회의원과 도교육감까지 초청하자는 고 박사의 제안 사항은 시민의 공감 열기를 높여주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시민과의 공개토론은 평택시 관선과 민선 시장 이래 최초의 사건이다. 이런 행사는 상당히 의미가 크다. 그럼에도 평택을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아쉬운 점은 200인 원탁토론의 소통부재다.

 

첫째, 지역 국회의원들의 소통부재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귀한 시간에 지역 국회의원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외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서 민의를 얻는 것일까. 필자가 2016년 7월 2일 조손가정을 위한 오산 어깨동무마을학교 창립대회 사회자겸 상임이사로 참석했다. 조손가정이란 최근 이혼이 늘면서 65세 이상인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인 손자녀로 구성된 가정을 말한다. 상임이사 10여명 정도 참석한 창립총회에 안민석 지역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소규모 행사지만 사회 약자에 대한 안 의원의 깊은 관심과 소통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반해 평택 전 지역에서 모인 200명 원탁토론인데 평택지역 국회의원들은 왜 보이지 않을까? 리더의 중요한 덕목은 소통, 특히 경청인데 불참한 것은 오산지역 국회의원과 너무도 대비된다.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공공성을 위해 값진 시간을 낸 200명의 시민들은 민의를 반영하려고 열띤 토론을 하는 데 진정 시민들의 소리를 담아 정책에 입안해야 할 평택시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어디 갔단 말인가. 진정한 정치의 해법은 현장인데 현장을 안일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지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단 말인가.

혹시 국회의원의 기본 자질 문제일까 아니면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처럼 시민은 개돼지처럼 무시해도 되는 대상으로 본 것일까. 아니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탈락에 몰두한 것인가. 5개월 무이자할부를 했는데도 월 4만 1천원의 이자를 거둬들이는 KB국민카드사 등과 같은 대기업의 황당함과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부동산 이윤, 환율 특혜,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흑자를 내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편함과 분노가 쌓이건만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청문회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정당의 부역 노릇하는 지역의원의 정치철학이라면 바닥 민심과 너무 동떨어진 소통부재는 아닌지 모르겠다.

법문구가 아닌 법정신이 중요하듯 투기꾼이 아닌 자를 자격 미달 운운하는 것은 정치권의 적폐 대상임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진정 박수를 쳐 주어야 할 한국이 낳은 인물을 비토하는 국회 패거리야말로 다음 총선을 안일하게 보는 듯하다. 차라리 재벌개혁에 더 강력한 리더를 제시한다면 박수 받을 일이건만 말이다. 김상조가 과연 무소불위의 재벌 개혁을 할 것인가 조심스러운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준비된 인물을 제외시키겠다는 것은 소통을 모르는 패거리문화요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며 148주 후의 총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둘째, 예상된 바와 같이 180분에 200인 원탁토론에서 충분한 소통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공개입찰로 선정된 최고 전문가 팀이 이 행사 준비를 했다. 그러나 평택시는 통합의 소통, 깊이의 소통을 가볍게 여긴 듯하다. 사회자 2명, 총괄기획 토론진행 1명은 평택 밖의 사람들이었고, 행사의 핵심에서 비켜서 있는 공연과 개회선언과 폐회선언 수준에서 평택시민들이 참여했다. 순서만이 아니라 진행 시나리오도 평택시민들이 전문가들과 논의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아직도 관 주도의 미숙함이다. 또 봇물처럼 쏟아진 시민들의 질문 열기는 행사의 백미였으나 그 이상은 진전하기 어려웠다. 결국 그 질문의 열기 현장을 본 필자는 시민이슈백서를 제안했고 공재광 시장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아쉽지만 시민들의 문제제기를 정리하는 것으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시민은 행사의 핵심 부문에서 제외되거나 심도 있는 소통을 기대할 수 없는 행사였다.

 

셋째, 행사준비에서 시민과의 소통부재였다. 행사준비부터 시민참여의 문을 열었다면 200명이 참여하는 토론행사에 180분이란 짧은 시간에 운영의 묘를 살렸을 것이다. 일정표를 보면 오프닝 40분, 제1토론과 제2토론 115분, 공연 20분, 폐회 5분이었다. 오프닝 시간 할애가 긴 듯하다. 오프닝에 전체의 25% 시간을 할애했다. 또 의례행사는 없애는 것이 좋다.

다만 시장이 왜 이 행사를 갖게 되었는지 취지를 밝히고 시작하면 좋을 듯싶다. 평택미래플랜 PPT 준비는 잘했지만 토론자들에게 미리 이메일로 전달하고 또 행사지에 넣는 것으로 대신해도 좋다. 토론 후 음악공연 20분은 대다수 토론자들이 행사장을 퇴장했기에 공연자들에게 민망할 정도였다. 200인 토론자가 행사 20분 전에 도착하기 때문에 그 때 공연을 하는 것이 더 효율이 있다. 그 후 참석하겠다는 시의원들만 앞으로 나오게 한 후 미리 만든 의원들의 짧은 멘트 녹화를 틀어주는 것으로 해도 좋을 듯하다. 마지막 순서인 기념촬영 시간은 설명도 없이 행사 중에 빼버렸고, 어느 그룹인지 모르지만 20여명만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났다. 기념사진 찍기는 거절까지 당하고 행사장을 나왔다. 만일 운영의 묘를 살렸다면 총 180분 중 개회식과 폐회식을 제외한 160분은 시민들의 토론 참여 행사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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