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주민, “임산부인데 태아에 나쁜 영향 줄까 불안해요”

평택 오산공군기지, 주민동의·설명 없이 대공감시용 레이더 설치

“동맹국 국민 무시해, 주권국가 국민으로서 자괴감 든다”

빌라 옥상 너머로 설치된 미 해병대의 대공 레이더 모습. 현필경 평택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이 임산부인 주민으로부터 피해상황을 전해 듣고 있다.

미군의 대공 감시용 레이더가 주민들의 동의와 안전성 검토도 없이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추가로 설치돼 인근 주민들이 레이더의 소음과 전자파 노출로 인한 피해 우려로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5일 평택시민행동 미군기지환경감시단의 안내를 받아 현장을 확인한 결과 빌라형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곳에 미 해병대가 운영하는 대공 감시 레이더인 AN/TPS-59가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회전하고 있었다. AN/TPS-59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사가 비행체 탐색을 위해 제작한 이동식 레이더로 주파수 대역은 1215~1400MHz, 유효 탐지거리가 370km(최대 740km)인 원거리 탐지용이다.

사진 위키디피아

레이더가 설치된 바로 옆 빌라(5층 규모) 옥상 위에서 확인한 결과 가장 가까운 곳은 직선거리로 10미터 남짓 떨어져 있어 빌라촌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소음과 전자파로 인한 우려가 컸다.

현장에서 취재가 시작되자 옥상으로 올라온 전 아무개(30세) 씨는 자신을 임산부라고 밝히고 전자파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전 씨는 “5월 중순 쯤 설치를 시작하더니 하루 종일 레이더가 작동하고 있다”면서 “창문을 열지 못해 더운 것과 소음 문제는 어떻게든 참아보겠는데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태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라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계속되는 소음에 평택시에 민원을 넣어 설치 장소를 옮겨 줄 것과 전자파의 위해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미군 측에 문의한 결과 설치 목적과 운영기간은 기밀사항으로 알려줄 수 없다고 알려왔다. 국방부 등에 이 문제를 전달했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암 진단을 받고 요양차 평택에 내려와 있다는 차 아무개(48) 씨는 “밤이면 도저히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소음이 커서 잠을 이룰 수 없다. 성주에 사드 장비가 옮겨지면서 본격적으로 배치가 될 때쯤 저 레이다가 설치 됐다”며 “미군이 우방이라면서 동맹국의 국민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주민들은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고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제 멋대로 레이더를 설치하는 미군과 이를 어쩌지도 못하고 방관만 하고 있는 국방부·지자체가 한심하고 주권국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현장을 안내한 평택시민행동 현필경 집행위원장은 “전자파로 주민들의 건강상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고 소음 때문에 불편을 겪는 상황이 너무도 뻔한 데 동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레이더가 설치된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미 해병대의 레이더를 오산기지에 배치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정보공개청구, 피해주민들과 함께하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문제점을 알리겠다”라고 앞으로의 대응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후 두 차례에 걸쳐 주한미군과 국방부에 관련 사실을 전달하고 레이더 이전 설치를 강력하게 요청했다”면서 “미군 측으로부터 훈련의 일환으로 레이더를 설치했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정확한 목적과 기간에 대해서는 전해 듣지 못했다. 주민들이 소음과 전자파로 고통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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