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_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사회통합위원장

이곡 마을에서 건축·개발의 이면을 읽어본다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사회통합위원장

얼마 전 기차를 타고 가면서 다시 의미 있게 읽었던 책이 생텍쥐페리(Saint-Exupery)의『어린왕자 Le Petit Prince』였다. 본질을 간과한 채 눈에 보이는 것만 쫓아 살아가는 속물 인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분석해 보면, 품질보다 화려한 포장을, 내면보다 외형을, 사람보다 돈을, 나눔보다 자기만 생각하는 사회를 되짚어보게 한다. 한국사회는 건설이든 금융이든 유통이든, 정치이든 행정이든 경영이든, 언론이든 교육이든, 심지어 의료든 법조든 종교든 상당부분 장사치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수 국민의 시각이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것이 자녀교육의 핵심가치가 되고 있다. 심지어 사기를 쳐도 사기꾼이 되지 않는 사회가 한국이다. 한 예로, 천만 원을 사기 쳐도 사기로 성립되지 않는 것이 법 현실이다. 그러니 우리 사회는 사기를 더욱 자극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 본성상 어느 사회나 이기주의 현상이 있지만, 한국의 특권층이 이렇게 심한 병든 사회를 가속화시킨 측면이 상당하다. 사회토대인 정의를 특권층이 무너뜨린다면, 사회 전역으로 그 나쁜 행위의 모방이 가속화된다.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정유라 SNS 막말이 국민을 자극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하나의 사례이다. 그들은 한국사회를 약탈사회로 만든 장본인이다. 오히려 이런 폐단의 진원지로 이명박 정부를 더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의 시각으로 비전동 이곡마을 7단지를 보면, 한국 특권층에 의해 무너진 정의사회 파편들의 여파로 생긴 평택사회의 무너진 단면들을 읽게 된다.

첫째, 아파트 설계의 철학 빈곤이다. 평택의 건물들이 개발붐으로 요란하게 올라가지만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미세먼지가 심각하기로는 평택이 전국 최상위 그룹인데 이곡마을 7단지를 보면, 실내운동 시설은 전무하고 야외운동 시설뿐이다. 632세대의 복지시설은 노인정과 사무실 공간 2개 정도이며 필자가 근무한 전방부대 5사단 연대연병장을 연상케 한다. 아파트 내에서 자동차의 병목지역 해소 방안과 안전시스템은 설계에서 배제한 기분이다. 입주한지 두 달이 되었는데 아파트 정문에서 두 번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그러면서 이웃 아파트보다 열악한 조건에 비싼 보증금과 비싼 임대료는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분석해 보면, 품질보다 화려한 포장을, 내면보다 외형을, 사람보다 돈을, 나눔보다 자기만 생각하는 사회를 되짚어보게 한다

 

둘째, 평택경찰서가 시민을 위한 기관인지 건설현장의 부역인지 헷갈리는 현장이 중흥아파트와 이곡마을 6단지가 만나는 비전4로와 만세로 사거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일주일 이상 현수막 게시를 통해 8월 31일 비전4로 나머지 한 곳을 개통하기로 시민과 약속했다. 그런데 그 약속은 한 경찰관에 의해 무산됐다. 입에 발린 안전을 이유로 담당 경찰관은 개통을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다시 검토했고 심지어 신뢰성 있는 언론기자와 그 현장을 검토하면서, 정말 개통이 불가능한가를 체크했다. 개통 불가는 누가 보아도 웃을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는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왜 개통을 미루는 것일까. 정말 경찰의 관심 속에 시민이 있는 걸까. 공사 중인 건축물 자재들이 한쪽 도로를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철근들이. 또 9월 14일 오전 10시에 시설담당 경찰이 온다고 해서 대안을 논의하러 갔는데 경찰관의 태도에서 냉소와 견제를 느꼈다. 경찰은 시간 약속에 이의를 제기하는 필자에게 10시 약속은 관리소장과 한 것이고 당신과 한 약속이 아니며, 왜 당신이 나왔느냐는 식의 항의를 받았다. 또한 필자에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 경찰은 다른 민원처리로 늦은 것뿐이라는 해명을 했다. 10시에 약속하고 30분 늦는다고 했다가 못 올 수도 있다는 책임 없는 말을 들었기에 필자가 경찰에게 한 질문이다. 사과 없는 그의 당돌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또 안전을 이유로 개통을 거부한 것이지만 기둥만 남은 전봇대는 없애고 바닥에 노란 선을 따라 방호 설치 벽을 세우면 해결되는 일인데 말이다.

셋째, 경찰의 안전 불감증이다. 평택시의 면적(453제곱km)이 서울시(605제곱km)의 약 75퍼센트 크기인데 도로를 포함 시설담당 경찰관이 평택시 700여명의 경찰관 중 두 명, 그것도 행정직을 빼면, 한 명이 도로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은 평택경찰서의 안전 불감증 아닌가. 약속된 장소로 이동하던 중 굿모닝병원 사거리에서 안전벨트 미착용자들을 수색하고 있는 경찰이 5명 아닌가. 도로 안전점검에는 한 명,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안전벨트에는 경찰이 5명, 이것을 보면 초점을 잃은 인사행정시스템이다. 전날(9/13) 사망사고의 원인을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설명하면서 단속하는데 과연 사망의 직접원인이 안전벨트일까. 그곳 경사의 설명도 입에 발린 안전으로 단속하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밤중에 후미 차량의 전조등에서 나오는 강력한 불빛은 눈 시야에 거부감을 주어 시민의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주는데 그런 것은 단속하지 않는다. 또 눈이 부실 정도의 헤드라이트는 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것임에도 단속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평택지청 법원 방향에서 뜨레휴이곡마을 7단지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있어야 할 좌회전 차선은 없고 중앙 차선에서 멈춰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택시운전사도, 이곡마을 주민도, 필자도 지적하지만 깊은 관심은 없는 듯하다. 입주자들이 차선까지 줄자로 재어 좌회전 차선이 가능하다는 자체평가를 알려줬는데도 예상 진행일정은 알려주지 않고 도로교통공단과 현장점검을 통해 시청에 통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일부 개통된 비전4로에서 만세로(중흥아파트 방향)로 좌회전 할 때 대형 사고가 예측되는 곳이다. 현장에서 기자와 마무리 대화를 나누는 짧은 시간에 두 번에 걸친 자가용 긴급 경적소리는 미래 대형사고의 경고음일 것이다. 7월 12일 뜨레휴이곡마을 7단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기 이전에 도로를 개통하거나 도로가 완공되기 전까지 입주는 연기했어야 한다. 입에 발린 안전은 더 큰 안전을 위협하는 처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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