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23 _

 

한아이의 엄마가 되어 자식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 ‘아버지’라는 단어는 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아련한 단어이다.

책을 읽는 내내 4년 전 세상을 갑자기 떠난 아버지가 생각이나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나의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는 다정다감하지도 않고 늘 조금 어려운 존재로 느껴졌다. 그 엄함은 나를 향한 애정이라기보다는 간섭과 잔소리라 생각되었고, 늘 거칠고 투박한 말투로 엄마보다는 한 발짝 먼 존재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풍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에서 무엇인가 최대한 해주리라는 마음은 늘 느껴졌다. 나의 아버지는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을 해 돈을 벌어 학비를 대고 풍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원하는 걸 최대한 이루어 주고자 애를 쓰셨다. 자신의 그런 역할이 버거운 순간에도 표현하지 않고 늘 자식을 최우선에 두고 그게 아비의 일이고 그 일을 잘 해내야 아비의 소임을 다 했다 생각하셨던 듯싶다. 가끔씩 나누는 투박하고 서툰 표현은 힘겨운 소임을 다하고 있는 그 시대의 아버지의 애정 어린 표현이었을 것이다.

지금 내 아이의 아버지는 자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이야기 듣고 늘 입가에 웃음을 띈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바쁜 일상에서 늘 함께 지내는 시간이 부족한 것에 미안해하며 가능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한다. 또 얼마 전 있었던 촛불혁명에서는 생전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도 없던 사람이 “내 아이를 위해 촛불을 들어야지”라며 추운 날씨에도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촛불을 들기도 하였다.

이렇듯 시대에 따라 각기 생각하고 실천하는 좋은 아버지의 상도 달라지는 것 같다.

책속의 조선의 아버지 12명도 마찬가지로 어떤 왕이 통치를 했는지 어느 파가 정치의 주도권을 잡았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으나 그들은 그 시대의 그들만의 방법으로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했다. 정쟁에 휘말려 귀향을 가고 가세가 기울여지는 상황일지라도 그 것을 기회로 삼아 공부에 매진하길 바랐고, 가난하지만 탐욕을 버리고 검소하길, 예를 갖추되 허례허식은 버리길 바랐다.

성공을 쫓기보다는 건강과 예를 중요시 여기기는 모습을 보였으며, 노비든 서자든 가족이든 사람을 귀이 여기고 존중하며 실천하는 모습 또한 보여 맹목적으로 가르치고 주입시키는 교육이 아닌 행동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교육하여 그 시대의 더 없이 좋은 아버지의 상을 보여줬다.

특히 “남의 자식을 죽여서 자기 자식을 살리는 짓은 매우 옳지 않은 일이다.”라며 증손자를 살리기 위해 노비를 서울로 보내달라는 손자의 부탁을 거절한 이황의 모습은 시대적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자식을 위해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고민하는 이 시대의 젊은 아버지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딸의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고 6살밖에 안 되는 딸에게 가끔 과한 기대와 욕심을 부리는 딸바보 나의 남편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조민희 평택안성흥사단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