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민 종덕초 교사

이 책을 읽기 며칠 전에 TV에서 딸과 멀어진 아버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아버지는 회사일로 저녁이 없는 삶을 살며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가족과의 관계는 멀어지고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미 사라져버린 아버지의 자리를 어떻게 되찾아야 할 지, 또 어떻게 딸에게 다가가야 할지 잘 모르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아버지들은 가족의 경제적인 부분만을 책임지는 자리로 전락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무한 경쟁 시대 속에서 언젠가부터 아버지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저자는 그런 세태를 ‘아버지들의 위기’라 느낀 것 같다. 나 또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견고하다. 그러나 명색이 가장인 나의 입지는 불안하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나와 처지가 비슷할 것이다. 왜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 궁금한 마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아버지들을 떠올린다.

-<조선의 아버지들> 본문 중 92쪽-

 

<조선의 아버지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찾는다.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을 말이다. 책에 나오는 12명의 아버지들을 ‘조선의 아버지들’ 속에서 소환한다. 당당함을 강조했던 아버지 정약용, 시대의 아버지였던 이황, 유달리 깊고 큰 사랑을 보여준 아버지 이순신,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 영조까지.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면면을 통해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돌아보며 아버지의 자리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황은 죽으면서까지도 자손들에게 값비싼 유밀과를 제상에 올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식들이 궁핍한 살림에 비싼 유밀과를 제상에 올리게 되면 생활이 더욱 궁핍해질 것을 죽는 순간까지도 걱정한 것이다.

‘자연의 이치는 본래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식은 효성으로 보답하기 마련이다.’(77쪽)라고 하는 내용도 인상 깊었다. 보통 효를 강조만 하지,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는 일에 대한 보답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니 말이다. 얼마 전 나를 오래 키워준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께서는 자식을 키우면서 항상 자식들 삶의 모범이 되어야하고 항상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근검하고 절약하며 자식에게 온 정성을 쏟아한다는 마음으로 한 평생 사신 분이다. 조선의 아버지들을 보면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사자성어가 새삼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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