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재단은 사회의 공익성과 보편이익을 표방하는 기구로서

모두가 공평하게 대우받는 새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사회통합위원장

메르스 전염병이 평택을 한 때 유령도시로 만들었듯이, 경제가 악화되면, 사회 전체가 위기여야 하는 데 오히려 서민의 삶은 절벽이고 그 위기 속에서 부자들은 점점 배부른 포식사회가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갑의 치밀한 그물망을 주목해야 한다. 호경기든 불경기든 갑의 포식에 놀랄 뿐이며 이상할 따름이다.

평택 고덕신도시 보상금 1조 원의 동선을 보자. 약 7천 억 원이 서울 등 외지인들의 것이고, 3천 억 원 정도가 평택 토지주에게 돌아갔다는 것이 지역에서 도는 얘기다. 이상하지 않나, 70%의 토지주가 외지인이라니.
비밀을 유지해야 할 고덕신도시 개발정보가 이들에게 새어나간 것이 분명하고 그 엄청난 특혜는 땅 매입 시기를 보면 알겠지만 결국 갑의 잔치였다. 누가 누구를 통해 이런 빠른 정보를 얻었느냐가 궁금하지만 갑들은 늘 사치스런 국내외 골프놀이로 평소 일과를 보내니 부럽기만 하다. 100년 만에 갑작스럽게 닥친 땅 값 급상승으로 땅 없는 다수 평택 시민들은 더 척박한 곳으로 내몰렸다. 땅값 상승은 임대료 상승으로, 임대료 상승은 물가상승의 주범이 되었다. 임대료 상승을 주도한 세력이 투기세력임에는 분명하지만 부동산중개인도 LH도 공범이란 말이 있다. 건물소유자가 4억 원에 내놓은 건물을 6억 원에 팔고 부동산중개인은 2억 원의 차익을 챙긴다는 말도 있고, 1963년부터 51년간 월급이 20배 뛸 때 땅값이 5000배나 상승하면서 LH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로 배를 불리웠다. 이러니 해외 골프놀이가 부럽겠는가?

이들의 땅값 장사로 이 땅의 주인인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예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선량한 부동산중개인이나 LH 말단 직원이야 서민들에겐 고마운 존재지만 사회를 극도로 위협하는 해충들은 500년 감옥형을 받아야 함에도 정부나 정치권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으니 기획부동산도 사기에 기승을 부릴만하다. 이런 솜방망이 정부에 보이스 피싱도 미소를 지으며 한 해에 수 천 억 원씩 서민들의 피를 수혈해 간다. 서민들의 자동이체도 비상이 걸렸다. KT에 어느 소비자가 인터넷 3년 6개월 부당이득에 대해 환불 민원을 요구해도 소용이 없는 것은 KT와 같은 갑의 힘은 이미 개인이 다룰 수 없는 괴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폭리를 취하는 통신사들의 갑질은 통신요금에 대한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최후의 보루인 재판마저 갑의 치밀한 그물망,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어떤가. 최근 정형식과 최종원이 그 중심에 있지 않는가. 2018년 2월 5일 부장판사 정형식의 재벌봐주기 판결은 법학자 예링이 통찰한 국민 법 감정이 반영된 사회로의 진입을 재촉하고 있다. “국가에게 국민의 법 감정보다 더 보호하고 장려할 만한 귀중한 자산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보호와 장려는 정치 교육상 최고로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법 감정은 나무 전체를 지탱시키는 뿌리다. 만약 이 같은 뿌리가 쓸모없게 되거나 바위나 사막의 모래땅 속에서 말라버린다면 다른 모든 것은 신기루와 같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2월 5일 서울고법 형사 13부 부장판사 정형식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건넨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정형식은 국민의 법 감정인 국민의 도덕과 상식(common sense)을 무시했기에 지탄 대상의 인물이 된 것이다. 2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형식의 판결을 감사해야 한다는 청원자가 22만 명을 넘었다. 마치 2월 4일 보도된 서울의 한 5성급 호텔에서 변기 속 물을 적신 수세미로 세제를 묻혀 물 컵을 닦고 마치 깨끗이 정돈했다고 말하는 호텔직원이나 정형식의 판결이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다.

또 의정부지검 소속 안미현 검사는 2월 4일 MBC와 인터뷰에서 “춘천지검 재직 중이던 지난해 4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최종원 당시 지검장이 갑자기 수사를 조기 종결하라”고 지시했다. 안 검사는 최 전 지검장이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만난 직후 최홍집 전 강원랜드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같이 사법 정의를 짓밟는 판검사들에게 국민이 언제까지 당해야만 하는가. 언제까지 국민은 쓰레기 같은 법조인들의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가. 사법부 불신에 대한 국민 열기가 박근혜 탄핵 못지않다.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권력 삼권분립이 소중한 것이지 판사나 검사가 사법정의를 흔든다면 국민은 침묵할 수 없다.

붕괴된 한국 사회를 혁신하고 경제제일주의를 뛰어 넘어 지역
공동체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집합운동으로서의 시민사회재단 요청

한국의 심각한 위기 속에서 현대사회의 내부를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가 물질의 풍요를 향유하지만 현대인은 병들어 있고 고통스러워하며 불안해하는 것은 현대 사회 자체가 병적으로 짜여진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과 이해 추구에 따라 사회가 조화될 수 있다는 자유방임주의 경제이론과는 달리 인간의 야만스런 욕심과 이기주의 욕구 때문에 현대의 산업 사회가 깊이 병들어 도덕 규제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 최대의 공공이익이 확보될 것이라는 자유주의 예정조화는 허구요 미신일 뿐이다. 프랑스 사회학의 토대를 만들었고 현대 사회학의 3대 창시자 중의 하나인 에밀 뒤르껭(1858-1917)은 현대 산업 사회가 개인의 욕망을 제한하고 혼란스런 경제활동을 바로 잡으려고 사회세력으로서의 도덕을 요청했다.

이런 한국의 위기 상황과 현대사회의 깊은 절망에 맞설 집합운동으로서의 시민사회재단은 새로운 대안이다. 각 직업집단이 사사로운 개별 이익을 표방하기보다는 사회의 공익성을 띤 보편이익을 표방하는 기구가 되도록 하며, 산업 사회의 직업 집단이 새로운 도덕성을 펴 사회의 새로운 결속 관계를 다져 나갈 수 있는 운동집단이 요청되고 있다. 혈연이나 지방색에 의한 사회 통합 수단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을 토대로 한 도덕에 의해 모두가 공평하고 인간답게 대우받는 새 공동체를 일구어 나가는 제도화 말이다.

물론 19세기에 현대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으로서 뒤르껭은 직업집단(the occupational group)의 재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깊은 인간 동정심과 함께 정의(justice)를 바탕으로 한 사회 재구성을 목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직업 집단을 주목했다. 직업집단은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이익, 흥미, 이념과 감정으로 결속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고 이를 통하여 산업 사회의 규율을 세울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분업 현상은 도덕의 결함을 갖고 있어, 강자가 약자를 약탈할 수 있는 온갖 모순과 갈등을 뛔뚫어 본 뒤르껭은 도덕 사회를 구현할 제도 장치로서 직업 집단을 제안하였던 것이다. 다만 그는『사회 분업』의 맺음말에서 “... 규칙이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규칙은 정의로와야 한다. 그러려면 경쟁의 외적 조건이 평등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뒤르껭이 제시한 직업집단은 한국사회에서는 집단이기주의의 전위대로 변질되고 있다. 직업 집단에 대한 뒤르껭의 보편 이익의 추구는 실종된 상태이다. 사회 평등화가 경제, 정치, 지식 및 교육의 기득권 집단에 의하여 무자비하게 방해를 받아 불가능하게 보이고 있다.

이런 붕괴된 한국사회를 혁신하기 위해 경제제일주의에 묻혀버린 국민의 도덕과 상식을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집합운동으로서의 시민사회재단이 요청된다. 100m 달리기에서 누구는 20m 앞에서 출발하는 불공정한 사회를 면밀히 체크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시민의 도덕의식이 가장 높은 수준의 자리에 있도록 문화변혁을 한국지방자치에 적용하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시민사회재단의 역할은 갑의 치밀한 그물망을 드러내고 다른 한편 공정한 사회를 모색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시민사회재단은 지역공동체 내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역할과 이러한 시각에서 지방자치와 중앙정부와의 가교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집합운동으로의 시민사회재단 창립대회에 많은 이들의 참여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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