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류관 냉면 맛 재현…쫄깃한 면발·담백한 육수 ‘매력’

평양출신 주인장 직접 요리…다양한 평양음식 갖춰

물냉면
비빔냉면

[평택시민신문]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특히 북한의 옥류관은 이름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평양냉면의 대명사가 됐고 그 맛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상태. 하지만 옥류관에 다녀올 방도가 없으니 국민들은 대신 전국의 평양냉면 전문점을 탐방하며 그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마침 평택에도 옥류관의 냉면 맛을 재현한 가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바로 탈북주민 이윤선 대표(40)가 운영하는 평천면옥이다. 가게에 들어서니 벽면 가득 단풍이 물든 산 그림이 그려져 있다. 평양에 있는 묘향산이고 이 대표의 고향은 평양 평천구역이란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평천면옥이다.

벽면의 안내판에는 “저희 육수는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슴슴한 옥류관의 육수 맛 그대로”라고 돼있다. 슴슴하다는 북한말로 음식 맛이 조금 싱겁다는 뜻으로, 최근 평양냉면이 관심을 받으면서 북한에서 먹는 평양냉면은 그 슴슴한 맛 덕분에 호불호가 극히 갈리는 음식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하지만 옥류관에 가서 먹어본 후기를 보면 익히 알려졌던 것과 달리 다대기를 넣어 먹는다는 등의 증언과 함께 맛이야 어쨌든 남한의 냉면 맛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의견이 대세다.

“옥류관의 냉면 맛도 시대에 따라 변해 최근 남북정상회담장에 나온 냉면은 업그레이드 된 것입니다. 옥류관이 유명한 이유는 북한에서도 유명한 맛집이기 때문이에요. 어떤 집도 그 면과 육수를 못 따라갑니다. 하루에 만 그릇이 나갈 정도니까요.”

원래 냉면장사를 했었고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 대표는 평천면옥을 개점하기 전 옥류관의 냉면과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약 6개월간 갖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 현재의 냉면 맛을 구현했다고 한다. 그 노력이 통했는지 평천면옥은 문을 연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블로그나 SNS에 입소문을 탄 맛집이다.

“면을 만들 때 메밀이 많으면 툭툭 끊어지는 면이 되고 적으면 질겨집니다. 저희 가게는 메밀 70% 전분 30%로 만듭니다. 먹는 순간 메밀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면서도 쫄깃한 것이 특징이에요. 육수는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양지와 한우잡뼈를 이용해 만들어요. 여기에 평양식 동치미를 넣어 냉면 육수를 완성하는데, 먹는 순간 ‘아, 이 맛’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각 재료의 비율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어복쟁반

냉면을 주문하면 짠무와 동치미가 밑반찬으로 나오고 손만두 한 개와 메밀차가 서비스로 나온다. 손만두는 당면을 넣지 않고 평양식으로 직접 하루에 이백 개씩 빚고 있다고 한다. 메밀차도 보통 가게에서는 면수라고 해서 냉면 삶은 물을 주는데 평천면옥은 메밀을 따로 끓여서 순수메밀차를 만든다. 마셔보니 농도가 딱 알맞게 진해서 아주 구수하다.

“냉면은 차기 때문에 따뜻한 손만두와 메밀차를 같이 먹도록 해서 상반된 기운을 보완해줍니다. 특히 메밀차는 노화방지, 노폐물 배출 등의 기능이 있어 건강에도 좋습니다.”

서비스는 이 대표의 건강 철학인 셈이다. 그의 말에 따라 냉면을 기다리면서 메밀차를 마셔 음양의 조화를 꽤 해본다.

마침내 서빙된 냉면. 두터운 놋그릇에 담겨 나와 고급스러워 보인다. 소고기편육과 오이, 달걀, 잣 등이 단출하게 고명으로 올라와있다. 우선 육수를 떠서 먹어봤다. 먹는 순간 은은한 고기 향에 잘 익은 동치미 맛이 상큼하게 입안을 감돌았다. 면은 메밀의 구수한 맛이 느껴지면서도 쫄깃했고 오이는 소금 간이 약간 강한 듯하면서도 입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뒷맛을 남기는 것이 신선했다. 밑반찬으로 나온 짠무와 동치미의 간도 오이와 마찬가지로 진한 짠맛이 은은하게 퍼지는 게 입맛을 돋우는 매력이 있었다. 알고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게 이북의 맛인가 싶다. 당연하겠지만 평천면옥의 음식은 모두 평양식으로 요리된다고 한다.

냉면 말고도 메뉴가 제법 많다. 온면, 만두전골, 수육, 어복쟁반, 빈대떡, 만두 등이 갖춰져 있다. 이 대표는 냉면 외에 인기 메뉴로 빈대떡과 어복쟁반을 꼽는다.

“우리 집 빈대떡은 녹두를 불려 맷돌에 직접 갈아 만듭니다. 거칠지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에요. 어복쟁반은 자연산 송이버섯과 능이버섯을 구비해놓고 그때그때 재료로 써요. 가격은 비싸지만 인기가 좋습니다.”

빈대떡
이윤선 대표

인터뷰 하는 도중에 끊임없이 손님이 오갔다. 이 대표는 그때마다 일어나서 손님의 음식을 직접 만들고 대접했다. 종업원 없이 혼자 하시느냐는 말에 휴가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종업원이 있어도 면 삶거나 육수하는 것은 손수 직접 한다고. 옥류관의 맛을 연구하고 구현한 주인장이 직접 요리를 하는 것도 평천면옥 냉면 맛의 비결 중 하나인 것 같다.

■메뉴 : 물냉면‧비빔냉면 7000원, 빈대떡 8000원, 만두전골(1인) 1만 원, 어복쟁반 5만8000~8만2000원, 사태수육 2만 원

■주소 : 평택시 무지개공원4길 9(비전동)

■문의 : 031-655-8787

평택시청 후문 평천면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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