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_ 원치선 소사벌 우미린레이크파크 입주자 대표회장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아파트 휀스에서 20m,

아이들 놀이터에서 불과 4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시속 90~100km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먼지를 견뎌내야 할 것이다.

 

원치선
소사벌우미린레이크파크 입주자 대표회장

[평택시민신문] 우리집에서 내다보는 소사벌의 풍광은 아름답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식탁에서, 눈을 들면 베란다 유리창에 초여름 푸르른 솔밭이 가득하다. 솔밭 끝선에서 배다리 저수지가 이어지고 저수지를 따라 둥그런 산책로가 기분 좋게 눈에 들어온다. 올 가을에 문을 열 배다리도서관도 우리집 베란다 창문의 멋진 조연이다. 맑은 날에는 아산 쪽일까 푸른 산자락이 선명하다. 밤은 밤대로 소사벌 상가 간판 불빛이 저수지 수면에 반사되고 생태공원 산책로를 비추는 은은한 LED 조명과 어울려 한강 야경이 부럽지 않다. 지난겨울, 얼음처럼 차가운 날에 소사벌 상가 쪽으로 지던 붉은 노을의 여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요즘 우리 아파트가 시끄럽다. 아파트 동쪽, 죽백동 배밭 쪽에 지상 6~7m 높이 고속화도로가 생길 거라는데 그렇게 되면 너무 시끄럽고 먼지도 많이 날릴 거라 차가 땅 속으로 다니게 해달라고 아파트 주민들 스스로 서명을 하고, 외부행사에 나가 많은 시민들의 서명도 받았다. 오늘은 시청에서 동부고속화도로 관련한 언론브리핑이 있다고 해서 아침부터 수차례 방송으로 안내하고 기꺼이 시간을 낸 주민들과 함께 시청에 다녀왔다.

평택 동부고속화도로. 죽백동에서 도일동을 거쳐 견산리로 가는, 남북으로 이어지는 4~6차로 길이 15.37km의 도로다. 고가 형태의 도로가 도시 한복판을 지나게 되어 있어 계획대로라면 도시는 양분화 되고 수많은 시민들이 소음과 분진과 미세먼지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산림자원이 부족한 평택시민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부락산의 일부가 훼손된다는 것이 문제다. 도시의 양분화는 어느 한쪽의 발전을 더디게 해 도시 균형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속화도로에서 우리 아파트에 해당하는 죽백동 구간, 그중에 소사벌지구 쪽을 보자. 원안대로라면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아파트 휀스에서 20m, 아이들 놀이터에서 불과 4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시속 90~100km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먼지를 견뎌내야 할 것이다.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생각해보고 어린 시절 학교운동회 마당에 그려진 100m 달리기 트랙의 절반거리를 떠올려본다면 주민들 스스로가 생존권을 지키고자 나서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761세대인 우리 아파트에 이웃한 포스코 더 샵 817세대, 행복주택 825세대 등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 계산으로 세 아파트에서만 6~7천여 명 주민이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게 된다. 고가 형태의 도로에서 만들어지는 소음과 분진은 영향권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 소사벌지구 내 많은 아파트가 고속화도로의 직접적인 소음과 먼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평택과 송탄을 오가면서, 늘어난 교통량 때문에 차가 막혀 답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동부고속화도로 건설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우리 아파트 입주민들의 활동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린다. 우리는 동부고속화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재의 고가도로 형태 계획을 바꿔 지하화 하자는 것이다. 도로는 한번 만들어지면 되돌릴 수 없다. 되돌릴 수 있다 해도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편리함과 시민 건강권, 두 가지를 다 얻을 수 있는 지하화에 많은 시민 여러분이 공감하고 힘을 보태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품격 있는 도시 평택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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