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협동조합, 빈부격차·실업 등 해결할 새로운 패러다임”

사회적협동조합 자생력 부족…네트워킹‧생태계 구축 필요성

사회적경제지원조례 제정·사회적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설립 공헌

[평택시민신문] 지난 7일 ‘제5회 평택시 사회적경제 주간 기념식 및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사회적경제단체 관련자들과 시 공무원 등이 모여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사람들을 시상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사회적 경제에 관한 강연회도 개최했다. 정장선 시장은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평택을 사회적경제 모범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발언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단체 중 하나가 ‘평택협동사회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오경아 평택협동사회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조합의 창단멤버이자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많이 이슈가 되다보니 이제 대충 개념은 알 것 같은데 평택협동사회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하면 무엇을 하는 조합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오 상임이사는 “평택의 조합조직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2013년경 안중제일신협 등 우량 조합이 주축이 돼 간담회를 열고 네트워킹 필요성을 논의하면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사회적경제단체들이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선도 조합들이 노하우를 전수해 각 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내부거래 등으로 서로 도우며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오 상임이사가 사회적협동조합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다. 아이가 아토피가 생기면서 시장서 판매되는 식품을 믿을 수 없던 것이다.

“마침 지인에게서 아이쿱생협에서 나온 콩나물과 두부를 받았는데 친환경인데다가 가격도 저렴했어요. 바로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기 시작했죠. 그때는 평택에 매장이 없었어요. 그런데 홈페이지를 가보니 다른 지역에는 재미있는 활동이 많더라구요. 도농교류, 캠페인…우리도 물품만 받지 말고 활동해보자. 그게 2009년 아이쿱 평택지역조합을 설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이전에는 시민사회 활동을 했다. 시민사회 활동이란 제도를 바꾸기 위해 정부에 요구나 캠페인을 하는 것이다. 어느 날 그는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만들면 안 되나?”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품을 생산했다. 초콜릿에 인공색소를 빼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그런 제품을 만들었다. 복분자 천연색소를 이용해 OEM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적자가 나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가공식품 요구는 점점 높아졌다. OEM으로는 한계가 있어 공장을 만들었다. 구례‧괴산에 자연드림파크를 만들어 그 안에 공장, 극장, 문화시설을 만들었다. 처음에 아이쿱라면은 1300원, 신라면은 700원이었으나 공장을 만들면서 신라면 가격을 따라잡았다. 제조단지 건물, 땅값, 직원 월급 등 돈이 많이 들었지만 다 조합원의 힘으로 했다. 구례는 인구가 늘어났다. 아파트도 생기고 산부인과도 만들어졌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협동조합으로 인해 인구감소 등의 지역사회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이다.

오 상임이사는 평택에서 아이쿱생협 일을 10년간 했다. 지역법인 설립 준비위원장으로 시작해 상임이사, 이사장직을 차례대로 역임했다. 평택 아이쿱생협의 원년멤버이자 산증인인 셈이다. 한차례 연임이 끝나 이사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더욱 전문적으로 알아보고자 한신대학원 사회적경제과를 2년 다녔다. 거기서 그는 전세계적인 조합의 흐름과 사회 기여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문제 해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었다.

“빈부격차, 양극화, 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사회적경제가 주목 받고 있지만 지역은 아직 이해가 부족합니다. 중앙정부 정책들은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있어요.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후 1년 안에 몇 천개의 조직들이 만들어졌고, 평택 내에도 80개 정도 사회적협동조합이 생겼는데 전국적으로 약 50%는 운영이 안 되고 있고 평택은 데이터가 없지만 마찬가지라 봅니다. 가동률은 20% 내외입니다.”

일본은 전국민의 30~40%가 조합원으로 가입돼있고 협동조합 선진국인 캐나다 퀘벡은 1960년대 당시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 비슷했지만 지금은 GDP 4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2012년에 한국이 일본에도 없는 협동조합기본법을 만든 것은 선제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맞는 혁신적인 성공모델은 아직도 실험 중이다.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하고 있지만 평택도 평택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이 필요하다.

그는 청소년과 청년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면 획기적인 혁신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어느 나이대가 가장 협동조합에 많이 가입하는 줄 아세요? 50대입니다. 할 일이 없어서 새로운 걸 찾다가 많이들 가입하는 거죠. 하지만 사회적경제조직은 일반적인 경제모델로 운영이 어렵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어르신들의 생각이 바뀌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주목하고 있는데, 평택협동사회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이들을 교육할 전문강사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삶의 문제 안에서 사회적경제를 일찍이 고민하게끔 하는 것이죠.”

오 상임이사의 딸이 지금 고등학생이라고 한다. 엄마에게 영향을 받아 사회적 기업가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아이들 세대는 전 세대와는 달리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예전의 성장·성공 모델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그 새로운 도전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그 답이 사회적 경제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평택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입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평택협동사회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은 100% 조합비로 운영된다. 평택 관내 사회적경제단체 25군데가 조합원으로 가입돼있다. 이들이 내는 조합비를 다 합쳐도 금액이 크진 않다. 하지만 돈이 적다고 성과도 적은 건 아니다. 제품홍보, 내부거래 활성화, 관련교육, 선진지 탐방, 공론화 포럼 등을 지속하면서 시와 논의해 2017년에는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2017년에는 사회적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설립을 이끌어냈다. 시가 2017년 처음 민관 합동으로 거행한 ‘사회적경제 주관 기념식’을 올해 제5회라고 이름 붙인 것도 지난 3년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행사를 개최한 것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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