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원 평택외국인복지센터 캄보디아 상담사 / 결혼이민자 / 시민기자

한정원
평택외국인복지센터 캄보디아 상담사
결혼이민자 / 시민기자

[평택시민신문] 외국에 나가면 더 나라를 소중히 생각하게 되나 봅니다. 세계인의 날 행사처럼 많은 나라들이 모였을 때 자기나라 깃발을 들고 하루종일 흔드는 것을 보면 외국에 나와서도 모두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노동자들도 나라별로 공동체를 만들고 대표도 투표로 선출하고 운영위원회도 만듭니다. 대표와 운영위원회가 공동체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열심히 합니다. 일하기도 힘들텐데 신기합니다.

사실 그 동안 평택에서 네팔과 미얀마 공동체를 보면 부러웠습니다. 평택에서 일하다가 귀국한 사람들이 평택외국인복지센터와 함께 자기 나라에 엔지오를 만들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네팔은 카투만두에, 미얀마는 양곤에 사무실을 두고 문해학교, 도서관, 장학사업, 컴퓨터 보내기, 긴급구호, 자립사업 등을 합니다. 평택의 공동체들은 회비를 걷거나 모금을 해서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냅니다.

부러워만 하다가 드디어 올해 캄보디아 공동체도 작지만 의미있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캄보디아 스와이링 지역에 있는 터널까잉 초등학교에 화장실을 새로 지어주게 되었습니다. 모금한 돈을 전달하고 현지 답사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저의 여름휴가를 일부러 고향방문으로 급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엄마가 보고 싶은 게 더 컸지만요. 겸사겸사.

터널까잉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47명인데 건물이 너무 오래 되어서 무너지는 바람에 절에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교장선생님이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해서 어렵게 교실 5개를 신축하고 오전,오후반으로 나눠서 수업은 겨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이 남,녀 하나씩만 있어서 247명이 쓰기에는 너무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지역에 유일한 학교라 다른 학교도 없어서 먼 길을 걸어서 오는 학교라고 합니다.

터널까잉 학교
터널까잉 학교

도와줄 방법을 찾기로 한 캄보디아 공동체에서는 7월 29일 여름캠프에서 41만8000원을 모금하고, 며칠 만에 추가 기부금과 공동체 기금을 더해서 천달러를 모았습니다.

8월 7일, 평택공동체 대표로 활동하다가 지난 5월에 귀국한 짠툰씨와 함께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교장선생님, 모든 선생님들, 전교생이 다 나왔습니다. 많지도 않은 기부금에 그 많은 아이들이 환영해줘서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화장실 지을 장소와 계획서, 필요한 비용 등을 꼼꼼하기로 유명했던 짠툰씨가 역시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화장실은 단독건물에 남,녀 두칸씩 지을 예정이라고 하며 완공되면 짠툰씨가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집 화장실 조금 수리하는데 이백만원이 들었는데 천달러로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속으로 얼마나 놀랐던지. 돈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힘들게 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아 준 둔이라고 설명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캄보디아에서는 외국에 나간 사람들이 돈 많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에 와서 공동체모임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는 다른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또 공동체가 있으면 나쁜 짓 하는 사람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공동체는 한국에 있다가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기 어렵게 만드나 봅니다. 이번처럼 작은 마음을 모아서 나라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까지 하면 괜히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아직도 손을 흔들던 터널까잉 학교의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화장실이 완공되면 사진을 받아서 돈을 모아 준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릴 예정입니다. 그래야 다음 번에 학용품 모아서 보낼 수 있겠지요.

나중에 캄보디아에 가서도 평택캄보디아공동체의 회원이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근데 저는 왜 벌써 엄마가 보고 싶을까요. 고향 갔다 온 지 한달도 안 지났는데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