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과 평택 6-③ 주한미군 평택시대, 우리의 과제_ 미군 주둔의 어두운 그림자

[평택시민신문] 지난 2018년 7월 평택시 팽성읍 캠프 험프리스(K-6)에 주한미군사령부가 이전함에 따라 주한미군 이전이 완료됐으며, 본격적인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시작됐다. 이에 앞서 <평택시민신문>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주한미군기지 건설에 따른 지역사 차원의 주둔역사를 정립하고, 미군과의 바람직한 다문화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미군 평택주둔 약사 및 생활문화에 끼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책에는 평택의 각계 전문가들과 대학교수들이 참여해 평택지역의 외국군 주둔 역사와 미군주둔이 평택인의 생활과 삶에 미친 영향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 주한미군 평택시대에 대처해야 할 지역사회의 과제 등 평택시민에게 주어진 미래의 과제를 살펴보는 내용도 담겼다.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 시점에 지역사 차원의 미군 주둔 역사를 이해하고, 한미양국의 이질감을 줄이고 새로운 공동체 문화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평택시민신문>은 해당 도서의 내용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이번 글은 강상원 평택평화센터 활동가의 '주한미군 평택시대, 우리의 과제'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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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환경‧인권 문제 야기해 온 미군
언제까지 미군에 면죄부 줘야 하는지
진지하게 질문해야 할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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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군기지 주변에서 살아가는 평택시민들의 애환

정부는 ‘국가안보’, 한미동맹’을 내세워 평택시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 왔다. 미군 항공기로 인한 소음과 진동피해, 기름유출, 미군범죄와 문화적 충돌은 고스란히 평택시민의 몫이었고 앞으로의 피해는 가늠조차 힘든 상황이다.

1) 시끄러워 못살겠다!

미군기지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평택시민들은 각종 전투기와 항공기가 뿜어대는 소음과 진동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왔다. 그러나 민간항공기 주변지역 주민들과는 달리 군항공기 소음 규제 및 피해보상 법안이 없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월3만원에서 4만5000원의 쥐꼬리만한 배상을 받고 있다.

2006년 평택시가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에 의뢰하여 실시한 ‘평택미군기지 주변지역 주민건강조사’에 따르면 비행장 소음은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을 발생시키며 동맥경화발생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은 대조군과 비교하여 지능검사에서 낮은 점수와 주의력평가에서도 나쁜 소견을 보였다. 평택 미군기지주변엔 적지 않은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지만 실효성있는 대책은 마련되고 있지 않다.

오산기지 주변 초&#8231;중&#8231;고교

 

2) 더럽힌 미군이 치워라

주한미군기지는 환경오염사건이 발생한다 해도 이를 알고,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주한미군과 관련된 정보는 원천적으로 차단되어있기 때문이다.

기름유출 사고와 처리과정만 보더라도 주한미군의 환경관리실태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얼마나 허술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19일 캠프험프리스에서 미군기지 확장공사 도중 송유관을 파손하여 보일러 등유와 경유 600리터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긴급조치를 통해 400리터를 수거하였다고 밝혔으나 이중 200리터가 빗물처리장으로 흘러들어 갔고, 수로를 따라 기지 밖 인근 하천과 토양에 유출되었다. 미군측은 기지 내 유출사고가 발생한 즉시 평택시에 통보하여 기지 밖으로 기름이 유출되는 상황을 예방해야 했지만 8일이 지나서야 환경부에 통보하였다.

1966년 한미 양국이 체결한 SOFA에는 환경 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2000년 용산미군기지 영안실에서 독극물을 한강에 무단 방류한 사건으로 미군기지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1년 'SOFA협정 합의의사록 환경조항'이 신설되었으며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와 이를 이행하기 위해 2002년 1월 '환경 정보 공유 및 접근 절차'이 체결되어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피해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세부지침을 마련하였다.

주한미군측이 한미 정부 간의 합의대로 평택시에 통보만 했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합의문은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여느 사건과 마찬가지로 위사건 또한 미군, 환경부, 평택시 그 어느 곳에서도 공식적인 설명과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사고를 은폐하려는 미군 측의 일관된 자세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정부와 평택시로 인해 매번 그 피해는 평택시민의 몫이 되고 있다.

환경부는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등 지원특별법’ 제28조에 따라 공여구역주변지역에 대한 환경기초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환경오염 및 예방대책을 수립, 시행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3년 캠프험프리스 주변지역, 2014년엔 오산미공군기지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기초조사를 진행하였다.

캠프험프리스 주변지역은 23개 조사지점 30개 시료에서 TPH 항목이, 4지점 5개 시료에서 아연 항목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오산미공군기지는 15지점 18개 시료에서 니켈 항목이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오염의 원인이 오염지역 인근의 부대 내 유류시설, 정비시설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미군측은 현장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평택시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캠프 험프리 주변지역 2144㎡에 대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였다. 총 8억6000만원의 정화비용은 정부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하였다.

환경부가 실시한 미군기지주변에 대한 기초환경조사 결과만으로도 미군기지내부의 관리상태가 어떠한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현행 SOFA로는 미군기지가 반환되기 전까지는 관리상태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혀 확인할 수 없다는 게 큰 문제다.

 

3) 통제받지 않는 주한미군

2015년 5월 미 국방부는 ‘살아있는 탄저균이 평택 오산미공군기지로 오배송되었고, 22명이 노출되었지만 감염되지 않았으며, 문제가 된 탄저균은 적절한 절차에 따라 폐기되었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시인하였다. 탄저균은 소량이라도 공기 중에 노출되면 치사율 95%에 이르는 치명적인 생화학물질임에도, 국내에 반입되고 실험되기까지 한국정부를 비롯한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건보도이후 미국의 생화학무기 실험은 평택뿐만 아니라 서울 용산기지와 평택 캠프험프리, 군산기지에서도 쥬피터 프로그램(JUPITR, 연합 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위협 인식)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음이 밝혀졌다.

미국의 생화학무기 반입과 실험은 국내법은 물론, 국제협약을 위반한 국제범죄행위였으니 국민적 분노와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실상을 밝혀야할 미군과 한국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평택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미군 생화학무기 반입, 실험저지 평택시민행동(이하 평택시민행동)’을 결성하고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을 위반한 미군의 생화학무기 실험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생화학전 실험 및 훈련중단, 연구소폐쇄와 불평등한 SOFA협정의 전면개정을 요구해왔지만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물무기실험과 훈련은 중단될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생화학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방어용이고, 다른 나라가 갖고 있는 것만 공격용이라는 주장은 국제적 명분과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4) 미군범죄 해소, SOFA협정 개정으로 시작된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은 미군범죄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주한미군의 범죄행위는 중대사건을 제외하고는, 공무중사건에 해당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다툼 없이 주한미군 측의 공무증명서 발급과 한국 측의 재판권포기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왔다. 지난 5년간 주한미군 범죄 피의자중 절반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국내에서 벌어진 범죄지만 제대로 된 수사도 못한 채 범죄를 저지른 미군을 미군당국에 인도해온 것이다.

최근 평택에서 벌어진 사고는 주한미군의 고질적 행태와 한국 당국의 행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5일 평택 오산미공군기지 앞 신장쇼핑몰에서 악기상을 하던 양 모씨 등 한국 민간인 3명을 미 헌병들이 수갑으로 채우고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 헌병들이 양씨를 수갑으로 채우자 이를 말리던 양씨의 동생과 행인까지 수갑으로 채우고 미군기지 앞까지 끌고 갔다. 시민의 신고를 받고 평택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해 수갑을 풀 것을 요구했지만 미 헌병들은 무시했고 오랜 실랑이 끝에 피해자는 풀려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측은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경찰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수사가 완료되기 전 사건에 연루된 미헌병 대원들이 한국을 떠났다는 게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주한미군측은 “7명 모두 1년 동안의 한국 근무기간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 상태이고, 예정대로 다른 미국 공군기지에 재배치했으며, 한국 검찰의 동의하에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자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은 뒤늦게 관련자 7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체포) 혐의로 기소방침을 정하지만 미군 측은 공무집행 중에 발생한 것이라며 공무집행증명서를 한국 법무부에 제출하며 일차적인 재판권이 미군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례적으로 검찰은 미군의 공무수행증명서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였지만, 결국 2013년 12월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피의자 전원에 대해 ‘공소권 없음’을 요지로 불기소 처분을 단행하고 말았다. 현행 SOFA에 따라 미군측이 공무증명서를 발행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게 한국 법무부의 설명이었다.

 

5. 맺으며 - 미군기지도 더 이상 성역이 될 수 없다.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시작됐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 외국군대로 인해 주민들의 권리가 짓밟혀온 지난 60년의 역사. 과연 ‘주한미군이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남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으로 대표되는 주한미군의 질적 변화의 상황에서 ‘분단’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방적인 고통을 강요해온 자세가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해 다시 물어야할 시점이 왔다.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보란 듯 유린하고, 적지 않은 국가예산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군공항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차일피일 미뤄 미군항공기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에게 복잡한 사법절차를 밟으며 하루 1000원의 손해배상금이라도 받으며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오늘이, 비행기소음‧진동으로 인한 각종 질병들에 대한 치료비용을 피해자 본인이 부담해야하는 이상한 현실이, 언젠가는 시민의 품으로 돌려받게 될 미군기지가 오염자 부담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이로 인한 정화비용을 언제까지 한국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는지, 공무중이라는 이유로 언제까지 주한미군의 범죄에 면죄부를 주어야하는지,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어찌 이렇게 불평등하며 주종관계에 놓여있는지, 우리는 진지하게 돌아봐야한다.

더 이상 미군기지도 성역이 될 수 없으며, 국가안보를 앞세워 국민의 권리를 짓밟을 수 없다. 이는 군사기지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최소한의 요구이자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글 강상원 전 평택평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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