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

 

조일재
쌀전업농 평택시연합회 포승지회장
쌀생산자협회 평택시지부 부회장

[평택시민신문] 오는 3월13일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이다. 아직 많은 시민의 관심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역농민들에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거다. 농민들에게 지역조합의 대표를 선출하는 건 농업계의 시장을 선출하는 것과 같다.

평택의 서부지역 농민을 대표하는 안중농협만 보더라도 5개읍·면(안중,포승,청북,현덕,오성)에 걸쳐서 8327명의 조합원이 있는 명실상부한 농업계의 대표조직이다. 자산규모가 1조원에 이르고 2018년 사업순이익이 100억 가량인 거대한 조합이다. 지역농협이 마음만 먹으면 생산자인 농민 조합원에게 각종 비료와 농자재를 무료로 공급할 수도 있다. 조합원이 필요한 사업을 하면 살기좋은 농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농업계의 시장을 선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 중요한 선거라고 해도 부정하기 힘들다. 이렇게 거대하고 중요한 지역조합의 대표를 제대로 선출하는 것은 농사를 제대로 짓는 것만큼 조합원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다.

지자체 선거에서는 허용되는 토론회도 할 수 없고 정견발표도 할 수 없다. 예비후보 제도도 없고 선거사무실도 둘 수 없다. 오로지 후보만이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그것도 2월28일 후보 등록 후 선거 전날인 3월12일 까지 13일 뿐이다. 조합원은 겨우 이름만 알고(심지어는 이름도 모르는 경우도 있음)투표를 해야 한다.

특히 안중 농협의 경우는 5개읍·면에 걸쳐서 8천명이 넘는 조합원에게 후보자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홍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제한적이다. 13일뿐인 짧은 선거기간 동안 조합장 후보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은 후보자만의 명함 돌리기, 유선전화, 문자와 공식 공보물(2회 조합장 선거부터 선거공보를 기존 4면에서 8면으로 늘렸음), 벽보가 전부이다. 온라인을 활용하거나 개인 블로그 등의 SNS를 이용한 선거가 어렵고, 조합 홈페이지만 가능하다. 조합 홈페이지 역시 게재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현조합장이 아닌 후보자들의 이용은 어려운 실정이다. 현 조합장에게만 유리한 불합리한 제도다. 조합원들은 선거기간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문자와 전화에 짜증만 내는 것이 다반사다.

후보별 변별력을 가리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제대로 비교 검토하려면 적어도 조합원과 농민단체, 언론사가 주최하는 공개 토론회는 기본이다. 하지만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4년 동안 잠 자고 있고 지금의 정치현실로 보면 물 건너간 상황이다. 조합원의 알권리도 무시되고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도 제한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현실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혈연,학연,지연에 의존하는 선거라는 구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지나치게 제한적인 조합장 선거는 오히려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킨다. 2월7일자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불법 선거운동 적발이 벌써 100건에 이른다고 한다. 금품 살포, 음식물 제공 등의 혼탁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신고 포상금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지만 벌써 광주의 한 후보자는 돈 살포로 구속이 되기도 했다. 열린 장소에서 공개적인 토론회와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현행 조합장 선거는 부작용만 남기는 제도가 되었다.

이렇게 불합리한 규제로 그야말로 깜깜이 선거가 되어버린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현행 선거법으로 치러지게 된다. 4년 전에 발의된 개정안은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오명이 어색하지 않은 지금의 정치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생산하는 조합원의 가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조합에서 직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엄청난 예산 집행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합장을 뽑는 선거다. 농협의 적폐를 걷어내고 개혁 방향을 토론할 중요한 기회다. 만연한 매표 행위를 막으려면 인물과 정책을 공개 비교하는 토론회나 연설회를 허용해야 한다. 돈 선거는 철저히 막아내야 하지만 유권자의 알권리가 보장되고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열린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나서야 할 것이다. 인기와 평판에만 귀 기울이는 선거가 아니라 정책을 비교해 조합원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조합장을 선출하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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