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미

평택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사무국장

[평택시민신문]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택시청은 개발을 원하는 사람들과 이를 반대하는 민원들로 항상 시끄러웠다. 시청 앞에서는 언제나 시민들의 민원 시위가 있어, 시청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무리를 지어 시장실 혹은 국장실을 쳐들어가기 일쑤였다. 그와 함께 거리에는 다양한 목소리의 현수막이 분양광고에 섞여 늘어서 있곤 했다. ‘목소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해결해 줄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선택하기 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힘을 행사함으로 그 시급함이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던 민중들의 간절함이었다. 시민의 목소리를 행정에 담아내도록 하는 데에 시위라는 형태의 물리적인 힘만이 유일한 방법일리 없다.

평택시가 행정혁신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용역을 발주하였고 지난 1월 2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이에 대한 용역보고회가 있었다. 민선7기 지방 정부들의 공통적 정책기조로 꼽힌 시민참여와 민, 관 거버넌스에 무게중심을 두고 지방정부 운영 패러다임에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목적이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다양한 행위자가 통치에 참여 협력하는 점을 강조해 ‘협치’(協治)라고도 한다. 오늘날의 행정이 시장화, 분권화, 네트워크화, 기업화,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행정 이외에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원 사이의 소통과 네트워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생겨난 용어이다.

이번 용역보고회에서 연구자들은 주민의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민과 관의 소통조직으로서의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협치적 등장을 안내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며, 적절한 활동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거버넌스를 책임질 명확한 주체와 조직적인 체계가 준비되어야 함을 명시한 것이다. 민과 관이 서로 소통하고 권한과 책임을 나눌 수 있는 통로와 구조가 필요하다. 평택시가 안고 있는 다양한 숙제 가운데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며, 함께 해결해야하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고민할 일이다. 평택시는 시민과 함께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가?

평택시가 평택만의 거버넌스 모델로서 “깨끗한 도시 만들기”를 시정의 첫 번째로 꼽은 만큼 이 문제를 중심으로 다룰 중간 조직으로서 평택시가 출자하는 평택환경재단 설립을 제안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평택에는 여러 단위의 환경단체들이 설립되어 있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주민조직인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들은 각 단체가 있는 지역의 감시단으로서 환경오염의 원인들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민-민 서로 간에 협력구조를 가지기 어려운 만큼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환경관련 민원들은 일방적인 민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제한적인 시간과 자원을 가진 담당공무원들의 대응은 소모적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시민협력 플랫폼 기능을 하는 환경재단을 중간 지원조직으로 활용하여 환경관련 행정들이 부분적이나마 협력하게 된다면, 한정된 공무원 숫자로는 감당할 수 없는 평택시 전역의 환경문제들을 함께 감시하고, 시민들은 시정의 주체로서 더욱 실질적인 활동들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환경문제는 기업이나 산업현장의 이익에 배치되는 활동이라고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최근 화학 물질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환경단체들의 활동방식의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근래 들어 시민사회감시활동은 서로 소통하는 것이 중심이며,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서로 확인하고, 노력하는 기업은 칭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청주시 오창 지역의 환경지킴이 활동은 좋은 사례가 된다. 이 같은 활동의 변화는 각 단체들 간에 서로 소통하고, 교류를 통해 확장해 가야할 부분이다. 환경재단에서 이뤄지는 체계적인 교육으로 ‘환경문제’ 인식과 해결에 대한 지역의 성장을 기대한다.

셋째로 지자체로서 요구하기 어려운 것들을 시민의 목소리로 제안하고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에서 각 단체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공유하고 지역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때 그 시너지가 무엇보다 강력할 것임은 자명하다. 그것은 곧 시민이면서 공무원이며, 회사 직원이면서 시민인 우리를 방어해 줄 단단한 방패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제, 사회, 환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 및 보전사업을 추진하고자 2008년에 설립된 안산환경재단이 좋은 예다. 안산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의 태동부터 시화방조제 축조에 이르기까지 개발과 보전, 이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항상 고민해 온 도시다. 때문에 다른 도시보다 앞서 안산시가 재원을 출연해 환경재단이 만들었다. 처음에는 ‘에버그린21’로 불리다가 현재는 안산환경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안산의 환경오염 문제를 책임감 있게 다뤄왔다.

환경 문제에 대한 각자의 대안과 노력들을 이제 하나로 모으고, 강한 에너지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환경문제 해결은 지자체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줄이기 등 깨끗한 환경을 위한 노력들은 더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이다. 이를 하나로 이끌 행정력과 자본, 그리고, 민간의 전문가들과 실행력을 가진 단체들을 하나로 연결시킬 고리. 이것이 평택환경재단의 설립이유다. 평택시 민관협치의 출발점으로 평택환경재단 설립을 감히 제안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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