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어려서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는 사람을 보면 왠지 부럽습니다. 온기를 품은 화로를 하나 지니고 있는 것 같은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좋은 ‘덤’ 같습니다. 이 분들에게는 언제나 뒤에 서서 지켜주는 응원군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부모님보다는 조금 멀리 있지만 사랑을 보여주는 깊이와 넓이로는 이 분들을 대신할 자리는 없어 보입니다.

흔히 조건없는 사랑이라고도 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은 살아가는 동안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줍니다. 《오른발, 왼발》의 꼬마 소년 보비도 그렇습니다.
 

《오른발, 왼발》 토미 드 파올라 글·그림  정해왕 옮김/ 비룡소

이 책은 보브 할아버지와 손자 보비의 이야기입니다. 보비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할아버지 말에 따라 “오른발, 왼발” 한 걸음씩 내딛으며 걸음마를 배웠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낡은 나무 블록을 쌓으며 글자를 익혔고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비의 다섯 번째 생일이 될 때까지 두 사람은 모든 것을 함께하는 특별한 사이였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손자가 자라는 만큼 할아버지는 늙어갑니다. 어느 날 뇌졸중으로 쓰러진 할아버지는 예전의 할아버지가 아닙니다. 의사는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할아버지 곁을 맴도는 보비는 알아챕니다. 할아버지가 걷고 싶고 말하고 싶고, 여전히 자신과 함께 나무 블록 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요. 이제 보비가 할아버지에게 어깨를 내어줍니다.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세요” 보비의 말에 따라 할아버지가 한 걸음씩 움직입니다. 할아버지와 보비가 함께 한 시간과 두 사람의 깊은 사랑이 다시 할아버지를 일어서게 합니다. 함께 밥 먹으며 함께 살아온 가족은 어렵고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줄 튼튼한 버팀목입니다.

5월은 가족이 함께 모이고 함께 밥 먹을 일이 많은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까지 가족 누구에게라도 한번은 축하 인사를 전하고 또 받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나면서부터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니까요.

가족은 처음 어떻게 생길까요? 언제부터인가 1인 가족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평범한 보통 가족’에 대해 정의 내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자녀까지 3대나 4대가 함께 사는 집은 드물게 뉴스가 되기도 합니다. 가족의 품이 조금씩 좁혀지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결혼을 하고 난 후에는 아기를 낳지 않으려 해서 또 걱정이라고 합니다. 가족을 만드는 일을 어렵고 두려워합니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며 사랑을 배우는 든든한 울타리가 작아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조건없는 사랑을 나누어주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자리는 지금 우리 곁에 얼마나 남아있을까요? 《오른발, 왼발》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또 우리는 어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될까 문득 되물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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