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줄 메밀막국수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메밀의 풍미

강릉 본가의 손맛이 오롯이 담긴 막국수

[평택시민신문] 사실상 여름이 시작됐다. 연일 낮 기온이 30도까지 치솟는 갑작스런 더위에 몸도 마음도 쉬이 지쳐간다. 그러다보면 으레 입맛이 줄기 마련. 자연스럽게 새콤하고 시원한 음식들이 생각난다. 이럴 때는 메밀만한 음식이 없다. 새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면발을 흡입하노라면 입 안 가득 메밀밭이 펼쳐지고 더위는 저만치 물러난다. 이번 더위에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기 위해 소반가 강릉해변메밀막국수를 찾아가봤다.

 

본가의 맛 그대로
강릉해변메밀막국수에 들어서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막국수는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즐겨 찾던 음식이다. 그가 막국수를 먹기 위해 사옥에서 헬기를 띄워 강원도까지 간 이야기는 미식가들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주영 회장이 즐겨 찾던 단골 막국수집 사장님은 최돈선(44) 사장님의 작은 외할머니. 사실 소반가 강릉해변메밀막국수는 본가 사장님의 일가친척들이 운영하고 있는 점포들로 본가의 맛과 비법을 그대로 전승하고 있다. 그렇기에 음식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깨와 기름 등 재료는 강릉에서 공수하고 있다고 한다. 품질유지를 위한 노력은 주재료인 메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계약재배한 메밀을 별도의 비율로 제분해 사용한다고 한다. 이 역시 본가의 맛과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서다.

보통 메밀은 상하기 쉬운 음식이기 때문에 반죽해서 바로 사용한다. 그러나 강릉해변메밀막국수에서는 하루정도 반죽을 숙성시켜 사용한다. 하루의 숙성과정을 거치면 맛이 고소하고 담백해진다고 한다. 색도 검어지며 씹었을 때의 탄력도 늘어난다고. 면이 더 검고 탄력 있는 것은 영동지방의 막국수의 특징이라고 한다. 한그릇의 막국수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그러나 사장님은 이런 노력들이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거나 음식을 더 맛있게 하기위한 것이 아닌 할머니가 하시는 방식 그대로 고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이야기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통
근래에 전국적으로 장칼국수, 옹심이 등 강릉지역 음식들이 붐을 타기 이전부터 강릉해변메밀막국수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가게였다. 서울, 과천, 오산에서도 찾아와서 먹고 갈 정도. 최근 죽백동으로 가게를 새로 이전해 오픈했지만 아직까지 신대동으로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올 여름에는 신대동점도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장님도 처음에는 난관이 많았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냉면 강세인 평택지역 특성상 사람들의 입에 막국수가 낯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김과 깨가 뿌려진 막국수를 보고 이게 무슨 냉면이냐며, 음식이 싱겁다며 타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사장님은 일식요리 경력만도 12년이 넘는다. 대학교 시절에는 취미 겸 아르바이트로 양식을 배우기도 했다고. 다양한 요리 경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신메뉴나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사장님이 택한 길은 전통이었다.

“퓨전 보다는 옛날 것을 그대로 지킨다는 개념이 크다고 보시면 돼요. 막국수는 퓨전으로 만들기에는 안 어울려요. 물론 하려면 하겠지만 막국수를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막국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사장님이 생각하는 막국수란 향수의 집합이다. 어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가서 1년에 1~2회 먹던 음식. 지금은 흔하게 먹을 수 있었지만 당시 시골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장님은 어르신들이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돌아가실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바람도 최대한 지금의 맛을 지키면서 주위 분들께 시원한 국수 한 그릇씩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 진심이 지금의 인기를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담백함과 고소함으로 폭풍흡입
별도의 메밀제분과 반죽으로 승부하는 강릉해변메밀막국수답게 메뉴는 물‧비빔‧회비빔막국수, 그리고 메밀전, 메밀만두, 메밀칼국수 등 메밀 음식이다. 주력메뉴 중에서도 회비빔막국수와 장칼국수가 눈에 띤다.

회비빔막국수에 올라가는 회는 명태라고 한다. 자칫 잘못하면 비리기 쉬운 식재료지만 강릉해변메밀막국수의 회비빔막국수에는 비릿함 대신 감칠맛이 감돈다. 막걸리로 맛을 잡았기 때문이다. 젓가락을 들고 달콤 짭짤한 간이 밴 명태회와 무 한 점을 면과 함께 감싸 입에 넣으면 그 다음은 빈 그릇만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냉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따뜻한 메뉴로 눈이 향했다. 장칼국수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두툼한 메밀면이 가득하다. 강릉해변메밀막국수의 장칼국수는 코다리를 육수로 사용한다. 코다리 육수의 진하면서도 가벼운 맛이 메밀면과 어우러져 부담 없이 들어간다. 특히 씹을수록 메밀향이 더해지는 두툼한 칼국수면이 묘미다. 어느덧 입 안에 펼쳐진 메밀의 향연에 지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다가오는 6월, 더위에 맞서 소반가 강릉해변메밀막국수에서 더위를 잊어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주소: 평택시 만세로 1731 (죽백동 486-13)
■전화: 031-654-4229
■영업시간: 매일 9시~21시
■메뉴: 메밀물막국수 8000원, 메밀비빔막국수 8000원, 회비빔막국수 10000원, 메밀(옹심이‧홍합‧들깨)칼국수 8000원, 장칼국수 8000원, 사골떡만두국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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