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화합과 공동체 의식 생긴 것이 가장 큰 성과”

두정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숨은 공로자

“견학하고 워크숍하며 주민들 생각 많이 변해”

마을만들기 모범사례 되도록 계속 노력할 터

[평택시민신문] 집집마다 사람 키보다 높게 둘러쳐졌던 담장 벽을 허물고 이웃에 얼굴보고 인사 나눌 수 있게 낮은 ‘무늬만 담장’으로 바뀌었다. 차 한 대 지나다니기 불편했던 길에는 소방차가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마을 둘레에는 나무를 심고 예쁜 시설물들을 놓아 만든 산책길을 조성해 걷고 싶은 마음이 소록소록 생겨난다. 70세 나이에도 노인정에 가서는 하늘같은 선배들을 대접하고 모셔야하는 마을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이라고는 가져본 적 없는 50~60대 마을 여성들이 같이 일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어울림’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만들어져 쿠키도 굽고, 농번기 마을 새참도 공동으로 준비하고, 공동구매도 하면서 주민들 화합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언론매체에서 본 사업공모가 현실로

지난 2014년에 농림수산식품부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한해 한해가 다르게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팽성읍 두정1리 마을이야기다. 새로운 변화의 시작은 이범희(60) 두정1리 이장이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을 공개모집한다고 언론매체에 낸 광고를 보면서부터이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농촌마을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농 격차를 줄이고자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주변경관을 개선하는 큰 사업이었어요. 우리 마을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정1리는 1968년에 새마을사업 초기에 초가집 없는 마을로 선정돼 당시 돈으로 500만원을 상금으로 받은 마을입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마을회관과 창고 등 시설을 세운 곳이에요. 그런 역사가 있었기에 우리 마을을 한 번 더 발전적으로 변화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범희 이장이 사업지원에 대한 경위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범희 이장은 먼저 주민총회를 열었다. 주민들 중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공모사업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꺼냈는데 주민 모두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시작은 순조로웠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처음 부닥친 난관이 공무원이었다.

가장 큰 난관은 주민설득

“공무원들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그분들 생각은 다르더라고요. ‘신청해봤자 떨어질 거 왜 신청하느냐’ 이런 입장이더라고요.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했죠. 결국에는 철야를 마다않고 자료를 준비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주었습니다. 그분들한테 정말 감사하죠.” 첫 번째 난관을 극복하고 나니 사업 시작을 앞두고 두 번째로 마을에서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다들 찬성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정작 사업이 시작되니 반대여론이 나타났어요. 도로를 넓혀야하는데 집이나 토지 수용에 사람들이 반대를 하는 거예요. 땅이 수용되는데 서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개별적으로 찾아가 설득도 하고 오해하는 게 있으면 풀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문제 해결은 뜻밖의 사건으로 해결되었다. 마을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는데 도로가 좁아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어 화재진압을 못해 주택이 전소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도로정비 필요성을 느낀 동네 주민들의 반대가 잦아들었다.
공모에 선정된 두정1리는 지원사업으로 위에 열거한 사업 외에도 도시가스 배관, LPG저장소, 방범용 CCTV 등을 설치해 주민편의성을 높였고 빈집들을 정리해 마을 환경을 개선하였다. 주민들을 위한 다목적 체육시설을 만들어 건강관리와 함께 인조잔디 위에서 행사를 치를 계획도 갖고 있다. 마을 전체를 새롭게 바꾸는 대규모 공사이다. 토목, 조경 공사는 올 7월이면 끝이 나고 나머지 사업들도 연말까지는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2013년 농림수산식품부 주거환경개선사업 공모에는 평택에서 두정1리를 포함해 3개 마을이 지원신청을 해 경기도와 농림수산식품부 심사를 거쳤다. 이 사업으로 두정1리는  마을 일대 6만3029㎡에 2014년부터 6년 동안 마을조성 사업비로 총99억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사업으로 바뀐 것은 시설뿐만이 아니다

두정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두정1리가 얻은 것은 시설 등 마을의 외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민설명회도 하고 견학도 가고 워크숍도 다녀왔어요. 그런 과정에서 동네주민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함께 다니며 같이 잠도 자고 교육도 받고 대화를 하는 사이에 우리 마을이 잘하고 있는 것과 고쳐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술술 풀리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 죽을 때까지 교육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동안 진행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주민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며 주민 간 화합과 마을공동체 의식이 강화된 것이다. 농촌‧도시에서 진행하는 재생사업의 핵심이 공동체 회복과 활성화임을 생각하면 이미 사업의 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다. 이범희 이장은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덕목으로 주민 참여를 꼽으며 마을 재생 사업의 수혜자로서 마을재생 사업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성공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인터뷰 마무리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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