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아이들 밖으로 나오도록 노력하길"

[평택시민신문] 2018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장애 인구수는 총 267만 명이다. 이중 34%의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주된 도움 제공자의 80%이상이 가족들인 것으로 나타나 한국의 장애인 정책이 가족들의 희생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뇌병변 장애와 지적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발달장애의 경우 성인이 돼도 일상적인 활동과 노동이 쉽지 않아 대부분이 평생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발달장애란 사회적 관계, 의사소통, 인지발달의 지연과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장애로 정신적‧신체적으로 나이에 맞는 발달이 이뤄지지 않아 사회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2019년 5월 기준 평택시 장애 인구는 총 2만3788명이며 발달장애 인구는 4093명이다. 발달장애인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의 시민이 발달장애와 연관이 있는 것이다. ‘장애인보호자협동조합 오름’은 이러한 지점에서 출발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오름은 안중도서관 매점을 운영하고 발달장애인들의 직무교육을 진행하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윤복희 ‘장애인보호자협동조합 오름’ 이사장을 만나 장애인식개선 일선에서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애자녀 둔 부모들이 설립

“장애인보호자협동조합 오름은 평택지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2014년 출범한 협동조합입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보호받고 교육받고 일하고 쉬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윤복희(43) 이사장은 오름 설명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2013년 11월 발기인 대회를 통해 설립된 오름은 올해로 7년차이다. 오름은 뇌병변 장애와 발달장애 자녀를 둔 14가정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발달장애는 일상생활에 있어 많은 부분을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가족들의 돌봄 책임과 걱정이 크다. 특히 초중고를 졸업하고 나서 발달장애인이 갈 수 있는 시설과 일할 수 있는 곳이 전국적으로도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윤 이사장은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직장에 가는 이들은 소수이며 학교 졸업 후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갔는지 통계도 거의 없다고 한다.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현실이다.

오름의 설립 배경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윤 이사장은 오름이 지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이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안중도서관 내 매점에 장소를 마련했다고 한다. 현재 오름은 안중도서관 구내매점을 운영하면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직무체험을 교육하고 있으며 장학금 지원, 장애인식개선 활동, 견학, 운동(볼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름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 올해에는 소개용 리플릿을 제작했다고 한다.

 

직무체험, 기능 회복과 인식개선을 동시에

“평일에는 조합원이 근무하고 주말에는 돌아가면서 아이들과 나와서 직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장에 오면 청소를 하고 매대에 없는 물건을 적어 창고에서 똑같은 물건을 가져와 정리합니다. 아이들이 금전에 대해 거스름돈 내어주고 하는 것을 어려워해 금전계산도 직접 훈련시키고 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이거든요.”

오름에서 제공하는 직무체험은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기능향상을 돕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 윤복희 이사장은 일반 가게에서는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업무를 지시할 수 없지만 오름에서는 반복학습을 통해 일상생활 속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물건정리나 돈을 세는 것 등을 아이들의 특성을 맞춰 할 수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아이들이 잘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다양하게 기능이 회복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서는 매점에서 하는 일을 다 할 수 있다면 직무체험의 기본적인 부분은 다 하는 것이거든요. 이정도면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카페와 같은 곳에서 직무체험을 해도 괜찮아요.”

실제로 오름에서 연습을 통해 안중지역 내 카페에서 마련한 직무체험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두레생협이나 더함장터 등 지역 여러단체와 연대해 직무체험과 물품 제작‧판매 등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오름도 ‘지역이 함께 가자’란 목표로 조합원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윤복희 이사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월요일마다 격주로 하래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이용자들의 직무체험을 실시했으며, 현화초등학교 도움반과도 연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오름의 활동 덕분에 도서관이나 매점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장애인이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느릿한 속도에 계산을 재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줄서서 계산을 기다리는 것을 자연스러워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외부로 나올 수 있도록 부모 역할 중요

오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부지역의 경우 장애인 복지관이 아직 없어 발달장애인이 갈 곳이 많지 않지만 오름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윤 이사장은 오름을 통해 쉴 수 있는 공간은 마련했지만 일자리 연계로까지 확장하기는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오름 친구들만 따로 근무할 경우, 손님 대처능력이 떨어지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아직 고정적으로 매니저를 둘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오름을 통해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아이들은 포스기에서 계산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오름 친구들이 졸업하면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땅도 사고 싶고 그런 이야기를 해요. 일을 하면서 경제 개념을 배우게 되고 또 그 표현들을 본인들이 끄집어내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윤 이사장은 최근 오름에서 매장 내 판매하는 장애인 상품을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서관이 공사에 들어가는 8~9월 기간동안 진열장을 늘리고 지역 내 장애인들이 생산한 상품을 진열하고 홍보‧판매할 생각에 조합원들 모두가 동의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윤복희 이사장은 장애인 자녀를 둔 가족에게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지역에는 오름이라는 협동조합도 있고, 또 도서관에 위치해있으니 쉽게 오셔서 현황을 보세요. 자연스럽게 장애인 친구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해요. 정보를 잘 모를 경우에는 아이를 집에 방치하게 돼요. 하지만 외부로 자주 나와야 인식개선이 이뤄지거든요. 인식개선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계속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요. 또 직무체험이 장애인 친구들이 직업을 얻기 전 단계거든요. 이런 활동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고 직업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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