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7

 

산림녹지 면적 절대 부족한 평택,

남아 있는 서식지  마저 보호 못하면

군사·산업도시 이미지 누구 탓할 것인가

백로는 넓은 평야와 풍요의 땅 평택 상징하는 시조(市鳥),

소사벌·동삭·세교 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로 서식지 사라져

산림녹지 면적 절대 부족한 평택, 그나마 남아 있는 서식지

마저 보호 못하면 군사·산업도시 이미지 누구 탓할 것인가

 

백로서식지

[평택시민신문] 해 질 무렵 서쪽 하늘이 노을로 붉게 물들고 성급한 상현달이 떠오를 때 하늘을 날아가는 백로들을 발견한다. 온종일 소사벌, 안성천에서 먹이를 잡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세교동 둥지에서 어미를 기다리는 어린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수차례 오고 갔을 그 항로를 날아간다. 퇴근하는 백로들의 비행을 보고 있으면 새벽에 집을 나서 밭에서 일하시다, 날이 어둑어둑할 때 집에 돌아오시던 부모님이 떠오른다.

봄이 오면 평택의 상징인 백로를 비롯한 여름철새들이 날아와 따스한 체온으로 알을 품을 수 있는 둥지를 만든다. 비록 비조차 피하기 어려운 엉성한 둥지이지만 백로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보금자리이다. 세교동 태영청솔아파트 국도 1호선 건너편 숲에 하얀 백로들이 비상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있다. 숲 안으로 들어가니 여흥민씨 종중의 대규모 묘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한때는 평택을 대표하는 대지주로 세교동, 동삭동 일대에 땅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원형보존된 배다리생태공원 숲을 방문한 꿈의학교 소사벌환경탐사대원에게 경기남부생태연구소 김만제 소장이 생태 숲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잔다리마을 뒷동산 인근에 1993년 평택지방산업단지가 준공되면서 세교동의 환경은 훼손되기 시작했다. 평택시가 추진한 세교택지개발사업이 1995년 준공되고, 개나리아파트를 시작으로, 우성, 부영, 태영청솔아파트, 2000년에는 보성, 부영2차아파트가 입주해 잔다리의 논은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변했다. 세교동 잔다리마을을 포근하게 감싸주던 야산은 산업단지 개발로 훼손되고, 국도 1호선으로 산줄기가 단절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평택여고 인근 봉학골, 천주교공동묘지 일대도 세교지구 민간도시개발사업으로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가 입주했다. 현재 일부 남아있는 숲은 은실공원 예정지로 지정되어 개발의 삽날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세교동, 동삭동 지역 택지개발사업으로 백로가 먹이활동을 하던 논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백로들은 통복천 물줄기를 따라 상류로 이동하거나, 장거리 비행을 통해 안성천 주변의 습지와 소사벌 논에서 먹이를 구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통복천 주변도 고층아파트로 개발되어 서재마을 인근에 있던 숲도 중장비의 힘에 밀려나고 말았다.

배다리 저수지의 마름 제거작업

세교동 백로서식지는 은실근린공원 예정

세교동 백로서식지는 은실근린공원 예정지로 토지보상은 약 50%가 진행 중이고, 공원조성을 위한 행정절차를 2020년 7월까지 완료하고 2023년까지 조성공사 완료를 목표로 한다는 평택시의 계획이다. 백로서식지가 자리 잡고 있는 숲은 산업단지에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을 막아주는 완충녹지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백로서식지 보호구역지정을 외면하고 계획대로 은실근린공원 조성이 추진되면 조경업체는 우선 수 십 년 된 나무들을 베어버리고 산책로, 정자, 보안등을 설치할 것이다. 매년 봄마다 이 숲을 찾아와 둥지를 꾸미고 번식을 하던 백로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평택을 떠나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4 배다리생태공원 잉어들을 관찰하는 꿈의학교 소사벌환경탐험대

세교동 백로서식지를 야생생물 보호지구로 지정하여야 한다. 백로는 평택을 상징하는 시조이다. 세교동 백로서식지가 중요한이유는 소사벌지구, 동삭지구, 세교지구, 모산영신지구, 지제세교지구, 신촌지구, 수촌지구, 용죽지구, 소사 등 주변지역이 대규모 개발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어 새들이 둥지를 틀기에 적당한 숲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다리생태공원에도 원형 보전림이 남아있지만, 산책로와 정자가 조성되고, 밤에 이용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숲속에 보안등이 설치되어 야생동물들이 아늑한 보금자리로 이용하기에는 불안한 형편이다.

백로와 아파트 입주민 가운데 누가 더 먼저 세교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을까? 백로들이 오죽하면 국도 1호선을 통행하는 자동차와 세교지구 건축공사로 인한 소음으로 소란스럽고, 산업단지 공장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나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둥지를 만들었을까? 얼마 전 세교동 백로서식지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접하고 놀란 경험이 있다. ‘모산골평화공원지키기시민모임’ 밴드에 세교동 백로서식지를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하는 글을 올린 후 댓글을 보고 즉시 삭제했던 가슴 아픈 기억이다. 세교동 주민으로 보이는 B씨는 ‘사람 고통 받는 건 무관심하고 백로를 더 신경 쓰고! 세교산단 악취업체 이전이나 신경써주세요. 철새 몇 마리가 몇 천 명 주민보다 중요한가요. 사람이나 먼저 신경 쓰세요’ 라는 댓글을 남겨주었다. 반면에 힐스테이트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A씨는 “최근에 백로가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의 힘으로 모셔오기도 힘든데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으니 잘 보호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진3 평택환경행동 회원들 세교동 백로서식지 현장조사

대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평택시는 산업도시, 군사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평택시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하는 이유는 공급과잉과 함께 열악한 생활환경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림녹지 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평택에 위태롭게 남아있는 백로 서식지를 보호하자는 제안에 이런 공격적인 댓글을 다는 우리의 환경이 가슴 아프다.

한편 배다리생태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사이에도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평택시 새올전자민원창구에 K씨는 배다리저수지에 마름이 올라와 시궁창 냄새가 심하게 나고, 미관상 보기도 굉장히 안 좋다며, 저수지 중앙에 분수대를 만들자는 민원을 신청했다. A씨는 소사벌지구 상업지역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피해로 고통스럽다는 민원을 신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편에서는 산책로에 스피커를 설치해 클래식 음악을 방송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우려스러운 현상은 2019년 상반기에 평택시가 주최, 후원하는 각종 행사가 배다리생태공원에서 자주 개최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배다리생태공원을 위해 대규모 행사는 엄격한 기준을 정해 사용허가를 내주어야 할 것이다. 저수지 안에 설치한 고사분수, 화려한 야간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 시끄러운 스피커 음악소리는 야생동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사진7 지난 일 백로서식지와 배다리생태공원을 탐방한소사벌환경탐사대

배다리생태공원을 산책할 때 습지에서 들려오는 개개비의 노래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즐거운가? 배다리생태공원을 산책하다가 고라니의 뒷모습이라도 발견한 날에는 하루종일 기분이 상쾌하다. 배다리생태공원을 조성하기 전부터 배나무과수원 옆에 남아있던 숲을 원형 보전한 결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정말 잘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숲과 습지를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든 것도 다행이다.

지난 봄 배다리생태공원에는 ‘멸종위기큰부리큰기러기의 휴식과 먹이활동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자제해 주세요. 평택시’ 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생태공원은 수 백 마리 큰부리큰기러기의 활기찬 노래소리로 가득했다. 도시 한가운데 생태공원에서 큰 부리큰기러기,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백로의 아름다운 수중발레와 비행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평택 사람들의 커다란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저수지 주변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금개구리, 맹꽁이,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수원청개구리가 살고 있다. 공원에서 멸종 위기종 야생생물을 만날 수 있는 행복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계속 물려주고 싶다. 청소년들에게 더 이상의 아파트 숲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백로들이 안전하게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작은 숲이 더 소중하다.

박환우
평택환경시민행동 공동대표
본지 환경전문기자

백로들의 우아한 비행을 아파트 거실에서 감상할 수 있을 때 세교동의 아파트값도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백로의 보금자리와 사람의 보금자리가 공존 가능할 때 평택시는 대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은 그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말로 생명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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