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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쟁이 농부, 다믈농장 최창학 대표

기사승인 2019.08.28  1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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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가 들려주는 인문학이야기, “농사를 통해 삶을 배웁니다”

최창학 대표와 다믈농장 해바라기 밭 전경

[평택시민신문] 경기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에 위치한 다믈농장에 들어서면 스테비아, 모링가 등 수십여 종의 특용작물과 블루베리, 구즈베리 등 풍성한 과일이 열린 과수들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암과 싸우는 아내를 위해 직접 약초를 찾아다니며 재배 방법부터 활용법까지 공부한 최창학(59) 대표. 아내처럼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농장을 만들고 싶어 귀농까지 결심했다는 최 대표는 농장을 찾아온 이들에게 자신의 인생철학이 담긴 농사이야기를 들려준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보고 느낀 경험을 토대로 한 최 씨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작년부터 시작하게 된 해바라기 축제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마을 활성화에도 한 몫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철학쟁이 농부 최창학(59) 대표를 만나 그의 철학이 담긴 농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믈농장 해바라기 밭 전경

■ 해바라기 축제 일정과 취지나 목적은?

올해 해바라기 축제는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진행합니다. 작년에는 처음 진행하는 관계로 실수도 많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아쉬웠던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어요. 아마 해를 거듭할수록 차츰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축제를 만든 취지는 귀농 후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인데, 몇 년 동안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고 해서 대기업이 두부를 만들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대기업에서 대량으로 가져가던 콩을 중소기업에서 소량으로 가져가다보니 저희 마을에도 콩이 매년 남아도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마을의 한 어르신이 힘들게 키운 콩을 소에게 가져다 먹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침체된 마을 분위기에 활기를 넣어보고자 해바라기 축제를 시작하게됐죠. 즐길거리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사람들이 찾아와 축제를 즐기면서 어르신들이 기른 농작물도 조금씩 판매할 수 있도록, 옥수수라도 팔아서 용돈벌이라도 하셨으면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축제 규모가 커지게 되면 더 다양한 농작물을 판매할 수도 있고, 소문이 나서 마을이 활성화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올해는 어르신들이 농작물을 팔 수 있는 판매대도 따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 교직에서 근무하다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003년에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 건강에 좋다는 약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암을 굉장히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전이도 많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소화기관도 모두 헐어버렸기 때문에 당사자인 아내도,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너무 고통스러웠죠. 당시 아내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우울증이 함께 오면서 많이 힘들어 했어요. 의사는 5년밖에 살지 못할거라고 말했고, 가족들도 포기한 상황이었죠. 그때부터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내려가서 아내 건강에 좀 더 신경쓰고, 직접 돌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전국을 돌며 몸에 좋다는 약초나 특용작물들을 찾아다녔죠. 특용작물 권위자를 직접 찾아가 재배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그 모든 시간이 귀농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어요. 다행히도 아내가 암 투병을 시작한지 8년 8개월만에 기적같이 완치판정을 받았고, 2013년에 본격적으로 귀농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 대표가 직접 생산하고 가공한 스테비아 분말, 꿀 등이 진열돼 있다.

■ 농장 규모가 꽤 큰데,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현재 저희 농장은 5000평 부지에 신체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특용작물들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특용작물 같은 경우는 일반 농산물보다 찾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유통할 수 있는 판로가 딱히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를 활용해서 100% 직거래로 판매가 이뤄집니다. 블로그를 보고 소비자들이 직접 농장에 찾아와 구입해가면서 농장이 단기간에 많은 분들께 알려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현재는 생산뿐만 아니라 특용작물을 말려서 분말을 내거나 즙으로도 만들어 건강식품으로 가공까지 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 블로그 별명이 ‘철학쟁이 농부’인 이유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의아해 하기도 하죠. 농부 블로그에 들어왔는데 글도 쓰고, 철학쟁이라고 하니, 저는 작물을 키우든 양봉을 하든 농사 하나하나를 삶과 결부시켜 생각하곤 해요. 그 속에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고요. 양봉으로 얘기하자면, 겨울철에 벌통을 열면 앞에 수벌들이 다 죽어 있어요. 적은 양식으로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에 일벌들이 일은 못하고 번식하는 데만 쓰이는 수벌을 죽이는 거죠. 그런데 사실 크기로만 보면 수벌이 일벌보다 훨씬 큽니다. 죽기 싫다고 싸우면 아마 일벌이 더 많이 죽을거에요. 저는 수벌들이 죽어준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농장에 찾아온 아빠들에게 말하죠. 아빠는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욕심내지 않고 때가 되면 조용히 사라지면 그만이라고, 그게 아버지들의 역할이라고 말하죠. 해바라기 밭의 잡초를 베면서도 그런 생각들이 들어요. 퇴비를 많이 주면 해바라기도 크지만 잡초도 함께 크죠, 잡초를 베기 위해 예초기를 돌리면 일부 곡물들도 함께 베어집니다. 이게 참 사람의 삶과 비슷해요. 사람도 살아가면서 내가 주고 싶은 사람한테만 영양분을 줄 수 없으니까요. 좋은 사람에게도 주게 되고, 나쁜 사람도 주게 되고, 그런 게 인생인 것 같아요. 농사가 단기간에 성장하다보니 욕심이 많다, 돈독이 올랐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있겠습니까. 건강하려면 이렇게 마음을 넉넉하게 가지고 느긋하게 살 필요가 있어요. 저의 이런 철학들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철학쟁이 농부가 됐습니다.

최창학,이윤경 부부가 운영하는 다믈농장이 6차산업 인증을 받으며 발전해나가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 또는 꿈이 있다면?

아내가 암 투병 하던 어느 날 담당의사가 아내에게 신앙이 있냐고 물어보더니, 통계상 신앙을 가진 사람이 더 오래 산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아내의 생존 확률이 워낙 낮다보니 위로 차 건낸 말이었겠죠. 그런데 실제로 신앙이든, 뭐든 마음에 위안을 얻는 사람들이 건강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힐링의 뜨락, 다믈농장’이라고 써놨듯이 다믈농장을 찾는 모든 분들이 오셔서 쉬어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건강에 대한 지식도 좀 더 체계적으로 세워서 몸과 마음을 동시에 채워줄 수 있는 농장을 만들고 싶어요. 장난처럼 하는 말이지만 건강과 함께 인생에 대한 철학도 가져가시길 바라죠. 앞으로의 꿈이라고 한다면 비염, 당뇨 등 건강에 좋은 건강식을 개발해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하는 일을 통해서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고, 마을도 활성화 되고, 모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농장을 만들도록 노력해야죠. 

 

박민아 기자 webmaster@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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