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진
금요포럼 간사

[평택시민신문] 민주주의는 절대 권력을 쥐던 절대 왕정 때부터 그 권력의 집중을 막고 최대한 작게 나누려는 투쟁의 역사였다. 권력은 왕에서 주권자 개개인에게 옮겨갔다. 이제는 상식이 된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도 그렇게 도입됐다.

개인 한사람에게 하늘이 부여한 인권(천부인권)과 자유에 절대 권력은 폭압적으로 응대했다. 다른 한편 경제 분야에서도 절대권력은 탐욕을 부려 개인의 창의성을 틀어막고 자신만의 부(富)를 쌓으려 들었다. 따라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튼 경의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절대 권력을 막기 위한 투쟁에 우리 한국민들은 언제나 분연히 떨쳐 일어났다. 3.1운동과 4.19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탄핵 정국에서 어두운 밤을 밝힌 촛불 민심은 절대 권력을 쥔 채 국정을 농단한 이들에 분노했다. 현재 진행형인 조국 전 장관과 기득권 586에 대한 분노도 마찬가지다.

이런 절대 권력은 국가 차원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작디작은 마을 단위에서도 권력 집중은 위험하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기도 한 <이끼>는 동네 단위의 작은 공동체에서 특정인에게 권력이 오랫동안 집중된 폐해를 보여준다. <김복남> 속 여성 주인공은 마을 속 권력구조에서 인권이 절대적으로 억압받은 삶을 살다가 마을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선택한다. 극단적인 사례라지만 특정인에게 마을의 권력이 쏠렸을 때의 폐해를 영화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 지방자치는 일찌감치 지역 토호와 결합한 절대적 지방권력을 경계해 왔다. 기초 및 광역단체장은 최장 12년까지만 연임할 수 있고 그 이상의 출마는 봉쇄돼 있다. 이런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이장 및 통장의 경우, 연임에 어떠한 제약도 없다는 것은 우려스럽다. 10년 이상 하시는 분들은 흔한데 40년이나 하는 경우도 들린다.

지방자치를 넘어 지방분권이 대세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작은 권력이라기엔 많은 권한이 그들에게 뒤따른다. 이들이 장기 재직할 경우 기초의원 및 기초단체장과 결탁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오해 마시라. 주민들을 대신하여 봉사하시는 많은 통·이장 분들을 향한 말이 아니다. 장기간 재직하면서 선의로 시작한 동기를 잃고 기득권의 유혹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동네 현안사업 관련 이권개입 등 부작용은 연임이 제한되지 않는 제도가 부추긴 바 크다.

이장 및 통장의 연임 제한을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쟁자가 없는 경우에까지 제한하자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이장 및 통장 선거에서는 경쟁 가능성을 미리 봉쇄하는 경우가 제법 된다. 경쟁자가 투표에서 지는 경우 그 사람이 받게 될 유무형의 불이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지역구 국회의원의 연임 제한도 논의해볼 때가 됐다. 한 지역구에서 최장 16년, 4선까지만 허용하는 것을 늦어도 2028년부터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지역 정치에서 절대 권력이 등장하는 것을 막고 그를 통해 지역 주민 개개인의 자율성과 정치적 자유를 보장함을 그 목표로 한다. 50만 넘어 80만 도시를 바라보는 평택시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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