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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와 태극기 부대의 집회를 목격하고

기사승인 2020.02.05  17: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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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식 전 회장
한국농촌지도자연합회 평택시지회

[평택시민신문] 나는 고향 평택과 당진 삽교호 부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철이면 평택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당진을 국도 38호선과 평택호 삽교호 방조제길을 통과해 이틀에 한번 꼴로 간다. 오늘은 바닷물 만조 시간대에 서해바다와 연결되어있는 방조제 옆 호수를 지난다. 올해 농사에 필요한 농업용수가 가득 저장되어 있다. 마치 망망대해 현해탄을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 길 북쪽으로 백두산을 지나 유럽대륙까지 달려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해 말 농민단체가 주관하는 서울 광화문 농민집회에 참석했다. WTO개도국 지위포기 반대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농업 회생 방안에 대한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건전한 집회였다. 때마침 인근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보수단체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고성능 음향장비를 청와대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 종북 주사파 독재정부 규탄, 김정은 빨갱이 제거”라는 고함과 욕설이 범벅된 집회였다.

전광훈 목사가 무대에서 종북 좌파정부 규탄을 외치며 성경을 인용한 설교와 할렐루야를 선창하면 참가자들은 양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할렐루야와 아멘을 열광적으로 외쳤다. 청와대 인근 맹아학교 학부모들이 “학생들이 이 단체의 계속되는 집회 소음으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 받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며 집회 자제를 요구하자 일부 시위대가 종북 좌파라고 폭언을 쏟아냈다. 순간 참기 힘든 분노가 느껴져 학부모들와 함께 행동하고 싶었지만, 이성을 잃은 듯한 시위대 모습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자리를 피했다.

예수님을 앞세워 종북 좌파정부 타도를 외치는 것은 신성한 종교를 모독하는 행위이다. 태극기 집회 측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만 제거하면 통일이 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사후에도 통일이 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없다 해도 중국과 러시아와 공조할 권력이 등장할 것이고, 남북 위기시 좁은 국토에서 방사정포 사정권에 남한 인구 50%가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북한의 핵공격이 아니더라도 원전이라도 피격된다면 그야말로 민족의 비극이다. 한반도에 국지전만 일어나도 외국인이 떠나고,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무너진다.

우리나라가 잘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본이 패전후 경제부흥을 이루고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우리의 고통스런 역사인 6.25 전쟁이었다 하니 억울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또다시 일본만 좋아지게 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마음이 불편하다.

태극기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성조기를 열광적으로 흔들고 있었다. 어떤 의미로 성조기를 흔드는지 알 수가 없다. 전세계 어느 나라 보수단체 집회에서도 다른 나라 국기를 흔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주한미군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최근 미군이 끔찍한 생화학 무기를 국내에 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한미군 주둔지 여러 곳이 기름 등 화학물질로 오염되었고, 미군기지 인근지역 지하수에서 기준치의 15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정화 비용을 미국은 한국 측이 부담하라고 떼를 쓴다.

그뿐인가 자유무역 협정을 무시하고 툭하면 관세 폭탄으로 위협하고,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 1조 389억원에서 올해는 50억 달러(6조 550억원)으로 주한미군 1인당 2억원이 소요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은 날로 팽창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미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주둔하는 목적이 있는데도 미국은 주한미군주둔지위협정(SOFA)를 무시하고, 우리나라에 호르무즈 해협과 남중국해 작전비용까지 부담하라고 부당한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참보수는 관용과 포용의 원칙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치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내란선동에 준하는 망언을 일삼고, 청와대 무단침입을 시도해도 그들이 집회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종북 독재정부인지 묻고 싶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정부이기에 농업인 입장에서 기대하는 바가 컸지만 개방화의 물결 속에 문재인 정부의 농업 홀대 정책에 실망감도 크다. 하지만 현정부를 독재나 종북좌파라고 보지는 않는다.

한편, 보수야당 혁신위원장 출신인 류석춘 교수가 일본군위안부를 매춘이라고 망언을 했는데 자기 딸이었어도 일본을 그리 쉽게 용서할 수 있을까?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해 아베에게 사과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자유한국당 총선 출마를 선언한 것. 이런 등등을 생각하면 현재 우리나라 보수세력을 지지하기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해가 바뀔 때면 대학교수들이 지난 한 해 세태를 풍자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여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한몸에 머리 두 개를 가진 새가 어느 한쪽이 없어져도 자기는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뜻이다. 2019년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양분되어 정쟁으로 점철되었던 한해를 풍자한 것이다. 내 탓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고, 상대방을 향한 비판에 앞서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해야 함을 지적한 것 같다.

경자년 새해에는 공명지조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 남과 북이 화합해서 서로 살아나는 한 해이기를 소망한다.

※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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