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기댈 수 있는 변호사 되고 싶어

[평택시민신문] 평택시는 2016년 11월부터 법률사각지대인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법률복지 향상을 위하여 마을변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9년 10월에는 2022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아동권리옹호관을 위촉했다. 법률사무소 윤조의 대표이기도 한 정지은 변호사는 마을변호사와 아동권리옹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택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이유는
평택은 제 고향이에요. 평택 비전동에서 태어나 성동초등학교, 평택여중, 신한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외할머니께서 평택 출신이셔서 외가 쪽을 따라 평택에 정착했어요. 집은 평택경찰서 앞이었어요. 흔히 신작로라고 불리우는 길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길을 따라 학교에 다녔어요. 지금도 그 길의 작은 부분들까지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어요. 그 외에도 평택 곳곳에 추억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대학시절과 로스쿨 시절을 제외하면 평택을 떠난 적이 거의 없어요. 평택은 저에게 일종의 정박지 같은 곳이에요. 배가 바다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곳. 앞으로도 더 큰 무엇인가를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잠시 평택을 떠날 수 있겠지만, 다시 평택으로 돌아올 거예요. 평택은 단순히 고향이라는 개념 이상으로 제 삶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변호사를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부모님 모두 교사 출신이세요. 그런데, 두 분 모두 제가 교사가 되는 걸 바라지 않으셨어요. 특히, 어머니는 제가 조금 더 크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길 원하셨는데 변호사로 살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어머니가 변호사가 되길 권하셨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곰곰이 돌이켜보면, 어렸을 적부터 저는 가난한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 화내면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사연과 아픔을 공감하면서 동정심이랄까 연민이랄까 하는 마음이 컸고, 막연히 돕고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돕고 싶다’가 점차로 ‘돕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가 되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로 구체화되었던 것 같아요. 변호사라는 직업은 그 소망이 현실 속에서 구체화된 어떤 결정체 같은 것이겠지요.

마을변호사로, 아동권리옹호관으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소감은
저 자신이나 제 활동보다는 시에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평택 시민분들께서 더 주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이도 어리고, 여러모로 부족함에도 이런 제도들에 대해 한 분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인터뷰도 결심한 것이니까요. 마을변호사는 한 달에 한 번, 둘째 주 월요일에 참여하고 있어요. 팽성읍사무소에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정도 상담을 해요. 한 번 갈 때마다 6~7분 정도가 기다리고 계신데, 2시간으로는 모자라는 경우가 많아요. 어려운 분들이 많고,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껴요.

아동권리옹호관은 말 그대로 아동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것인데 아동이라고 해서 아주 어린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아요. 현행 아동복지법상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아동권리옹호관으로 활동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평택시가 가정으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을 보육원이나 고아원처럼 대형화된 아동보호시설 위주로 관리한다는 것이에요.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의 정서안정이나 사회화,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의 따돌림 등 여러 요건들을 고려해서 이미 소규모의 그룹홈 형태가 자리잡아가고 있어요. 평택시가 아동친화적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외형적인 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서 진정으로 해줘야 할 것들을 고민했으면 해요. 그리고 시가 그렇게 변하려면 시민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참여가 꼭 필요해요. 최근에 그룹홈 원장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훗날 아이들이 어떤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는데, 원장님 말씀이 세금을 낼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 말을 듣고 소외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분들의 절박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많은 시민분들께서 아이들이 또 한 명의 어엿한 평택시민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변호사로서 바쁜 업무 중에 삶의 여유를 어떻게 찾고 있는지
어렸을 적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학창시절 추억 중 많은 부분이 도서관과 얽혀있기도 해요. 요즘도 아무리 바빠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아요. 최근에는 독서모임에 나가고 있어요. 회원이 열두 분 정도 되는데, 일요일 아침 7시에 모임을 가져요. 저는 러시아 소설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를 읽었어요. 변호사라서 그런지 스토리라인 중에서도 변호사가 등장한다거나 가정문제, 애증과 불화, 법정 문제를 다룬 부분이 유독 눈에 띄어요. 특히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19세기의 러시아의 가정에 대한 고민과 상황, 법의 맥락이 21세기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어요. 한국 소설가 중에서는 김승옥과 이청준을 좋아해요.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은 학창시절에 읽었던 것을 최근에 다시 읽었는데, 전과 다르게 뫼르소의 시선을 통해서 나와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됐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사가 사람의 몸을 구한다면, 변호사는 마음을 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세월이 지나면서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의미부여를 하고 있어요. 그런 만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변호사, 신뢰받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번 마을변호사와 아동권리옹호관으로 활동하면서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것 못지않게 눈앞의 이익에 휩쓸리지 않는 시민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어요. 품격있고 자존심 있는 시민의식 위에서 평택시도 품격있고 자존심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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