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너와 내가 만나는 ‘교집합

[평택시민신문] 안중읍 송담리 상가 사이를 거닐다 보면 숨어있는 가게 하나가 나타난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암회색 원룸단지 속에서 마치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문처럼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간판 하나 달려 있지 않지만 큼직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공간 속 정재희(37) 대표가 커피를 내리는 풍경은 누가 보아도 그곳이 카페임을 알 수 있다. 잠시나마 바에 앉아 커피 한 잔에 몸도 마음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카페 교집합이다.

원룸단지 속 숨어있는 카페
언제와도 소통할 수 있는 곳

발견의 즐거움

2018년 12월 교집합이 문을 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메뉴와 인테리어를 구상하기 위해 정재희 대표는 가까이 서울과 파주부터 멀리 일본에까지 탐방을 다녔다. 찻잔부터 스툴에 이르기까지 가게 소품 하나하나가 그의 선택이다. 그러다 보니 사업자등록증을 내고도 오픈까지 한 달이 더 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교집합의 콘셉트는 ‘숨은 공간’이다. 그 의도대로 교집합에 첫발을 내딛는 손님 대부분이 가게를 발견했다는 즐거움을 느낀다.

숨은 공간은 외관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게 한쪽 마련된 좌식좌석은 가게 안의 숨은 공간이다. 테이블 하나와 방석 두 개가 놓인 공간은 이국적인 느낌과 동시에 아지트 같은 아늑함을 준다. 때로는 친구와 단둘이 찾은 손님이, 때로는 커플이 빌 새 없이 차지하는 명당이다.

바 사이로 이뤄지는 소통

“네가 나한테 바라는 것,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것, 우리가 함게 나눌 수 있는 것, 결국 결말은 커피 한 잔”. 가게에서 설명하는 상호명 ‘교집합’의 유래다. 정 대표는 “사람마다 서로 취향이 다르지만 한 공간에서 커피로 교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메뉴 구성에도 이런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할 때 보통 카페에서는 메뉴에서 원두를 고를 뿐이다. 교집합에서는 고객들에게 그날그날 원두를 추천한다. 원두의 특징을 설명하고 손님이 맛을 피드백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자연스레 소통이 이뤄진다.

소통의 결과, 메뉴가 추가되기도 한다. 수제 애플시나몬청과 딸기차, 꽃차 등은 한 달에 한 번 선보이는 계절 특화 메뉴다. 하지만 판매 기간이 지나서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경우 고정 메뉴가 된다. 말차라떼도 그런 경우다. 교집합의 말차라떼는 말차를 직접 차선을 저어 풀고 우유거품을 듬뿍 얹어 부드러움을 배가한 점이 특징이다. 차선을 젓는 소리로 시작해 색과 맛, 향, 입 안에 퍼지는 감촉에 이르면 오감이 만족한다.

디저트로는 프렌치 토스트와 인절미 토스트가 있다. 특히 직접 주문한 수제 빵을 사용하는 프렌치 토스트에는 정 대표가 직접 만든 커스터드 크림과 콤포트가 곁들여진다. 한 번도 주문하지 않은 손님은 있어도 한 번만 주문한 손님은 없다는 메뉴다.

 

차 한 잔에 사연 하나

교집합을 찾는 손님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영화 <심야식당>을 떠올린다. <심야식당>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한 작품으로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가게 주인인 ‘마스터’가 주문한 요리를 건네는 여러 에피소드로 이뤄진 작품이다. 영화 속 식당에서 손님들은 주문한 요리와 함께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마음을 치유 받는다. 조명이 주는 편안함과 나지막한 바가 영화 속 ‘심야식당’과 닮아있다. 무엇보다도 손님들은 영화 속 ‘마스터’처럼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 대표의 모습에서 <심야식당>을 연상한다. 실제로 바에 앉기를 선호하는 손님도, 상담을 요청하는 손님도 많다. 연애, 결혼 상담부터 사적인 화제까지. 여러 에피소드가 모여 교집합과 얽힌 하나의 서사를 구성한다. 교집합 안에서 소통을 위한 마음의 허들은 낮다. “언제와도 커피로 소통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교집합의 목표다.

■메뉴 : 아메리카노 3500원, 아몬드카푸치노 4500원, 큐브라떼 5000원, 말차라떼 5500원, 홍차 5500원, 프렌치·인절미 토스트 6500원
■주소 : 평택시 안중읍 송담5길 60-7 1층
■전화번호 : 031-681-5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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