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평택 카메라에 담고 싶어”

[평택시민신문] 황길연 사진작가는 1994년 평택 문화예술시민대학에 입학한 것을 계기로 20여 년간 평택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사진작가협회 평택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고 2020년부터는 지부장을 맡아 평택 사진예술 발전과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어린 시절은.
고향은 전남 여수입니다. 서해안 매립공사로 지금은 사라졌지만, 저 어렸을 적에는 돌산대교라는 다리 밑에 갯가가 있었어요. 그 곳이 제 놀이터였습니다. 매립지로 많은 갯벌이 메워졌다는 점에서 아마 평택과 유사할 겁니다. 대학은 광주에 위치한 조선대를 다녔어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여수에서 다녔으니 첫 타지생활인 셈이지요.

평택에서는 1988년 4월 25일부터 살아오고 있습니다. 30년이 넘었지요. 제가 날짜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제가 당시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일을 했는데 평택으로 발령받은 날짜가 곧 평택에서 정착한 날짜이기 때문입니다. 여하간에 평택으로 와서 직장을 다니고 큰 딸과 아들을 낳고, 개인 사업을 꾸려가고 하니 금세 예순 셋이 됐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평택은 제 젊은 시절이 오롯이 흘러간 곳이지요.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시절을 씁쓸한 행복감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스운 것은 몸은 예순세 살로 늙었는데 아직도 내면의 나이는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저 스스로는 저를 서른 살쯤으로 느끼고 있어요.

사진을 시작하거나 선택하게 된 계기.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94년도에 문화예술시민대학에 가서 이수연 선생께 사진을 배우면서 첫발을 뗀 셈인데 당시 직장도 그만둔 상태였고, 취미 생활을 하나쯤은 해야겠다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해서 사진의 예술성에 대한 자각도 부족했어요. 돌이켜보면 그저 사진을 배우고, 사람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하는 것 자체를 많이 즐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진의 예술성에 조금씩 눈 떠가면서 꽤 열정적으로 사진에 몰두했지요. 여기에는 일종의 극복 의지도 작용한 듯한데, 제가 예술과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오다 보니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평택시지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 저와 유사한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일찍부터 예술인을 꿈꾸지 않고, 그런 삶과도 먼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사진에 더 열정적으로 몰입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여러 여건상 사진으로 전업을 한다는 것은 다른 예술분야보다 더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생업과 병행할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사진을 대하는 시간이 소중하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에 온전히 전념할 수 없기 때문에 사진에 대한 열정이 커지고, 사진의 예술성도 깊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지부장을 맡게 된 계기.
평택시지부는 송탄에서 시작됐어요. 1983년에 송탄 사진 창작 동우회에서 시작됐지요. 그러다가 1985년에 송탄포토클럽이 동호회에서 분리해 나오고 그 회원들이 한국사진작가협회에 가입하면서 송탄시지부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1995년에 평택시로 통합되면서 평택시지부가 됐습니다. 아마 그 해 6월쯤 명칭도 한국사진작가협회 평택시지부로 바꾸었을 겁니다. 그 이후로 평택시지부 이름으로 여러 사업을 해왔는데, 작년에도 신형상 전국 사진 공모전을 비롯해서 10여개의 크고 작은 사업들을 추진했습니다.

제가 평택시지부에 가입한 것은 2001년도입니다. 사진작가 활동을 오래하려면 가입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가입원서를 냈어요. 그 전에는 문화예술시민대학에서 만난 분들과 평택 사진 동호회에서 주로 활동했지요. 입회를 해두고서는 큰 활동은 하지 못했습니다. 회원분들 대다수가 그렇듯이 저 역시 생업을 돌봐야 했으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진은 전업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박경순 지부장이 취임하면서 부지부장으로 선출되어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박경순 지부장이 퇴임하면서 제가 올 1월에 지부장을 맡게 된 것이지요. 제가 특별히 대단한 구석이 있어서 맡게 된 것이 아니라 이 자리가 봉사활동 비슷한 자리라 이권도 없고, 연배도 있고, 부지부장도 지냈고 해서 맡게 된 것입니다.

사진협회 평택시지부장으로서 계획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상반기 사업을 전혀 추진하지 못했어요. 또 새로운 공모전의 상을 정립하는 차원에서나 평택의 예술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기존의 신형상 전국 공모전이나 평택 포토페어 같은 행사들을 통합할 필요성도 느낍니다. 그래서 9월 초순부터 10월 초순까지 한 달간 큰 사진축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실외는 물론 비전시장까지 포괄해서 지역의 생활공간, 경제활동공간과 결합한 형태의 전시형태인데 시민들이 평택뿐만 아니라 국내외 작가들의 사진예술을 다양하게 향유할 수도 있고, 외지의 관광객들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규모가 큰 만큼 시의 지원이 절실해요. 올 한 해는 이것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만약 이 사진축전이 안착만 된다면 영월군에서 개최하는 동강 국제 사진제, 대구 사진비엔날레, 부산 국제사진제처럼 평택의 이름을 알리는 중심적인 축제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모쪼록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향후 작품 계획은.
개인적으로 다큐의 속성이 결합된 미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전에 전국의 오일장을 돌며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특히나 정선장이라든가 영월장, 홍성장 이런 곳은 60, 70년대의 시간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데 그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아니면 현대화된 전통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미감 때문인지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그런 작업을 다시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오래전부터 변화하는 평택을 담아봐야겠다고 생각해 둔 적이 있습니다. 평택은 10, 20년 사이에 변화가 너무 커서 변화 그 자체가 극적인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매일 시가지를 포함해 변화하는 거리의 풍경을 담아야겠다 싶었는데 생업에 쫓기다보니 계획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좀 늦어버렸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이 부분에 접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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