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평택 출신 독립운동가 민세 안재홍과 관련한 단행본이 현재 100여 권 넘게 출간돼 있다. 한국 근현대 지성사에서 안재홍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에 걸쳐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줏대 있게 고민하며 국가비전을 설계하고 실천한 민세 안재홍. 그를 다룬 책들을 찾아 그 의미와 핵심대목, 독서 포인트 등을 소개해 민세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일제강점기 전국을 돌며 양과 질 면에서 독보적인 기행 수필 발표

이 책은 민예총 이사장을 역임한 문학평론가 구중서 수원대 명예교수가 엮은 안재홍의 수필집이다. 범우사 한국문학전집의 하나로 2007년 출판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르네상스 지식인 안재홍의 내면세계를 살펴보는데 특히 남아 있는 다수의 수필이 큰 도움이 된다. 민세는 특히 기행수필을 다수 남겼다. 1916년 5월 중앙학교 학감 시절 교장 유근과 함께 행주산성과 강화도 전등사, 마니산 기행을 다녀와서 당시의 여정을 담은 꼼꼼한 기행문을 썼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만 14차례 국내외 각지 답사를 다니고 양과 질 면에서 독보적인 수필을 발표했다. 북녘땅 구월산, 백두산, 평양, 원산에서 속리산, 문경새재, 지리산, 무등산 등 전국을 돌며 역사 현장과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기록하고 민족 정기를 고취하고자 힘썼다.

 

민세의 저항적 현실 비평 수필, 한국문학사에 새롭게 자리매김 해야

민세의 수필에는 우리 민족을 억압하는 일제에 맞서 싸우려는 순도(殉道)자의 열정과 치열한 대결 의지가 당당하게 표현되고 있다.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영원한 전투에서 민족 구성 각자가 병사라는 마음 가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인생 백년, 필경은 이 죽음의 한길이 있을 뿐이다. 백년 이후 나의 존재나 또는 그의 어줍지 않은 영화나 부귀를 알아줄 자 몇 사람이랴. 천 년 이후에 이른바 그 공명과 권력을 알아줄 자 누구냐. 다 같이 초로 인생으로 돌아가고 만다 할진대 한 번 하늘을 우러러 땅을 굽어 살펴, 거침이 없이 혈관속에서 뛰어오르는 대로, 오장속에서 끓어오르는 대로 남이 알거나 모르거나, 후세에 전하거나 못 전하거나 이 거룩한 전투의 병졸이 되자 (안재홍, ‘위험한 속에 살라’ 고원의 밤 19쪽, 범우사).

민세는 정인보, 최남선, 홍명희, 염상섭, 이상화, 심훈, 김동환, 변영로, 김상용 등 한국 근대문학을 수놓은 많은 문인들과도 교류했다. 안재홍은 평택 출신의 대표적인 근대문인이다. 1945년 해방직후 나온 조선문학전집 수필편의 첫작가로 안재홍이 실려 있다. ‘춘풍천리’, ‘목련화 그늘에서’, ‘독서개진론’, ‘장엄 대백두에서’ 등 민세의 수필은 45년~ 50년대 초반까지 국정 국어교과서에 실려 청소년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명문들이다.

한국 근대수필은 아직도 이양하의 ‘신록예찬’이나 이상의 ‘권태’와 같이 개인의 내면 성찰을 다룬 글이 주류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대를 살아간 민세의 현실 비평 수필은 저항과 모색이라는 한국 근대수필의 또 다른 품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꾸준한 번역작업을 통해 민세 수필이 새롭게 평가되기를 바란다.

황우갑 시민 전문기자·민세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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