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호흡하고 시민과 함께 성장한 50주년

흥사단, 평택시민운동의 한 축 담당 
시대정신 잊지 않고 보완해나갈 것

[평택시민신문] 평택안성흥사단의 50년을 되짚어보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이규업 공동대표다. 1974년 선배의 권유로 흥사단 고등학생 평택아카데미에 가입했고,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제9호 이후 진행한 집회에 앞장섰다. 1975년 겨울 문집 <바 >을 작업한 곳은 그의 자취방이었다. 1987년 흥사단평택분회 창립 등에 힘쓰며 조직의 성장에 힘썼다. 2014년 공동대표로 선임된 이후에는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들과 연계해 현안을 고민하고 책임을 다해왔다. 요즘에는 50주년 기념행사를 위한 공간을 꾸미느라 여념이 없다.

<평택시민신문>은 24일 평택안성흥사단회관에서 이규업 공동대표를 만나 그가 몸으로 겪어온 흥사단 50년 그리고 앞으로의 청사진에 관해 들어봤다.

평택안성흥사단 50주년을 맞은 소회를 듣고 싶다

50이라는 숫자보다는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이어오며 조금씩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흥사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7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선배의 소개로 흥사단 고등학생 아카데미 활동을 시작했는데 또래 학생들과 모여 연구하고 토론하고 정의돈수(情誼頓修)를 하는 것이 색달랐다. 정의돈수는 도산의 교육이념으로 ‘사랑의 생활화, 서로 사랑하는 정신을 도탑게 닦는다’는 의미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군’의 호칭을 사용하며 평등과 평화로운 분위기를 지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고교생·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흥사단 아카데미’ 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평이다. 평택에서 이뤄진 주요한 활동을 소개한다면

1970~1980년대 전국적으로 각 대학교에 흥사단 아카데미가 생겨났다. 1980년에는 신군부 정권에 맞선 민주화운동에 아카데미 회원이 많이 참여했다.

당시의 평택은 대학과 저항적 종교단체가 없었기에 서울·수원·천안 등 인근 지역 대학교에 다니던 평택의 청년들이 지역단체에 가입해 학술·문화 활동을 진행하며 평택 시민운동의 초석을 마련했다. 흥사단도 그 한 축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1990년에는 평택시민사회를 고민하는 아카데미 출신 선·후배들이 힘을 모아 지금까지 흥사단 운동을 지속해오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지역 현안 해결에 힘을 보태온 것이 지금의 흥사단을 만들었다. 현재에는 청소년단체로서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로서 다양한 연대활동을 하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입시위주 교육시스템 바꿔내지 못해 
지금의 청소년에게 미안할 따름…
체험하고 도전하며 주체적으로 성장했으면”

택안성흥사단은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다수 펼치고 있다. 성과와 앞으로 보완할 점은 무엇이라 보는지

흥사단은 일제강점기에 인재양성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현재까지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청소년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성과라기보다는 청소년의 활동거리와 장을 마련하고,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교육·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감수성을 키우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꾸준히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은 알려주되 옛것을 고집하지 않고, 시대 흐름에 맞춰 청소년과 함께할 활동을 꾸준히 연구하고 찾아나가는 것이 흥사단의 축적된 힘이고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정신을 잊지 않고 보완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진행 중인 고려인 동포 정착 지원 사업 ‘고려인 한국어 교육 및 지역커뮤니티 지원 프로젝트 동행(同行) 아카데미’을 소개한다면

사업 소개에 앞서 고려인의 역사적 배경을 먼저 알리고 싶다. 고려인은 조선 후기 가뭄과 관리들의 횡포 등으로 만주 등으로 이주한 이들로부터 시작됐다. 한일합병 이후에는 일제의 억압적 식민통치를 피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한 이민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으로 황폐한 땅을 개간하고 농사를 지으며 터를 잡아 독립운동가를 돕고, 또 독립운동을 해왔다. 그러다 1930년대 말 소련당국에 의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고 이후 거주이전의 자유를 얻어 중앙아시아에서 구소련 전역으로 흩어져 살게 됐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하다 보니 고려인들을 그저 외국인노동자 정도로만 인식하는 이가 많아 안타깝다.

세월이 흐르고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면서 고려인의 후손들이 일자리를 얻으러 한국으로 오고 있다. 평택에서도 포승공단 주변에 1500명가량이 살고 있다. 고려인 후손 대부분이 우리말을 잘 하지 못하면서도 고향을 물으면 한국의 지명을 말한다.

흥사단은 도산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고려인의 한국 정착을 돕고 이들이 우리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게 한국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주민인식 개선을 위한 커뮤니티 활동으로 고려인을 알리고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앞으로 평택안성흥사단이 어떤 시민사회단체로 성장하려 하는지 청사진을 듣고 싶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내거는 선거 공약들을 보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많다. 시민사회는 정치인들이 당선 이후 공약을 지키는지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흥사단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려 한다. 능력과 소양을 가진 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치아카데미를 구상 중이다. 중요한 것은 흥사단의 역량에 맞춰 청소년과 청년 그리고 시민과 함께 연결하고 외연을 확장하면서 차분하면서 꾸준하게 해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되새겨야 할 도산의 철학은 무엇이라 보는지. 그리고 평택 청소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도산 안창호 선생은 우리나라의 자주독립과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지도자다. 교육을 중시하고 특히 청년의 의식이 희망찬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 여겨 청년에게 큰 관심을 쏟았다.

저는 지금의 청소년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로서 무엇을 더 당부하겠는가. 청소년들이 즐거우면서도 가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교육시스템을 바꿔내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당부라기보다 바람이 있다면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에 매몰되지 말고 의식적으로라도 다양한 체험에 도전하며 주체적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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