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신도시 입주민 좌담회

[평택시민신문] 고덕국제화신도시 1단계 입주가 시작하면서 평택 지역사회에 변화가 생겨났다. 변화의 주인공은 바로 고덕신도시 입주민들이다. 이들은 고덕신도시 개발계획부터 주변의 작은 문제까지 꼼꼼히 살피고 행정에 문제가 있다면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앞으로 고덕신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고 성장할지를 정하는 데 입주민들의 의견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

‘국제신도시’, ‘삼성전자’ 등의 화려한 수식어만이 고덕의 실체는 아닐 터. 평택시민이자 고덕 입주민의 삶이 궁금하다. 왜 고덕을 선택했는지, 고덕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그리고 평택시민으로 함께 살아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도. 11월 19일 고덕신도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나 속깊은 생각과 의견을 들어보았다.

먼저 자기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권희선(50) 서울에서 살다가 지난해 12월 제일풍경채로 입주했다.
방정원(56) 지난해 8월 고덕자이에 입주했다. 팽성에 20여년 군생활을 했고 지난 9월 전역했다.
오세옥(56) 신안인스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산동에서 살다가 올 7월 고덕으로 이사왔다.
오치성(50)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서울 아닌 곳에서 살게 된 것은 고덕이 처음이다. 제일풍경채에 지난해 12월 입주했고 고덕국제신도시 총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상헌(52) 장당동에서 살다가 지난해 9월 신동아에 이주했다. 고덕 내 10개 아파트단지 입주민 및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고덕국제신도시 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효은(39) 제일풍경채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화성에서 살다가 올 2월에 입주했다.

어떤 기대감을 안고 고덕신도시에 왔는지
오세옥 솔직히 부인 등쌀에 밀려 이사왔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새로운 동생들을 많이 만나 좋다. 50대 중반인데 고덕신도시에 오니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더라.
방정원 신도시의 장점인 잘 계획된 주거환경, 편리한 교통, 미래발전 가능성, 삶의 질을 높여줄 인프라 등등을 기대하고 왔다. 고덕신도시가 앞으로 평택의 핵심이 될 거라는 기대가 크다.
권희선 기대감 반 불안감 반이었다. 사실 당첨이 돼서 왔다.(웃음).
오치성 서울살이를 하며 삶에 치이는 부분도 있었고 인간관계로 힘들기도 했다. 한번도 서울을 떠나보지 않아선지 새로운 곳을 가 새로운 사람과 어울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덕신도시에 와보니 ‘신도시는 젊구나’ 하고 생동감을 느낀다. 입주예정자모임, 총연합회 활동을 하다 보니 제 나이가 상위 15%에 속한다.
이효은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라 터전을 바꾸는 데 신중했다. 교육·환경을 따져보고 고덕신도시에 왔다. 처음 왔을 때에는 금방 발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LH가 우리를 버릴 거라는 푸념을 하기도 든다.

고덕신도시 관련 민원이 많다. 각자 시급하다고 여기는 현안과 그 대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방정원 교통과 안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건설 중인 신도시라는 점을 전제해도 대형차량이 위협적으로 다니고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 제일풍경채아파트에서 종덕초교로 등교하는 횡단보도를 보면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하는 트럭이 있어 매우 위험하다. 교통경찰이 등하교 시간에 수시 순찰만 해줘도 좋을 거 같고 우회전 신호등도 설치하면 좋을 거 같다. 가능하면 어린이 등하교 시간만이라 아파트 앞 도로에 대형차들이 못 다니게 규제할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도시 구조가 아파트 사이로 10차선 도로가 있다 보니 밤부터 새벽까지 소음이 정말 심하다. 여름에는 베란다 창을 열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다. 지하차도 덮개, 방음벽이나 방음판 등을 설치해주면 좋겠다.

오세옥 주차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오죽했으면 아파트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아파트 주변 도로에 주차단속 카메라만 설치하지 말고 주변 공터 등을 활용해 임시 주차장이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 넓은 고덕신도시에 순환버스 노선이 하나뿐인 것도 문제다. 평택시가 소사벌 등 기존 신도시를 개발할 때의 경험을 되새겨 제대로 개발해줬으면 한다.

권희선 평택시 행정이 신도시에 맞추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몇 년 전부터 예상됐던 교통·환경·주차 문제를 이제야 대처하고 있지 않나. 주요 현안으로는 보안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아파트만 지어놓고 주변환경이 거의 정비되지 않았다. 공터마다 건설 쓰레기가 가득하고, 풀숲이 무성해 우범지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도로는 넓은데 가로등이 거의 없어 밤에 운전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문제를 제기하면 평택시는 LH로 가라 하고, LH는 평택시로 가라 하니 평택시와 LH가 제일 큰 문제다.
이효은 알파탄약고가 문제라고 본다. 입주할 때 지도에 탄약고가 표시돼 있긴 했지만 신도시에 탄약고가 정말 있나 하고 긴가민가했다.
이상헌 맞다. 알파탄약고가 고덕신도시의 걸림돌이다. 개발을 딱 막고 있다. 알파탄약고가 이전만 해도 고덕신도시 민원 50%는 줄어들 거다. 군사보호구역이다 보니 신도시 발전을 막아버린다. 도로를 못 뚫고 학교를 못 짓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입주를 미루고, 사람이 줄다 보니 상권도 형성 안 된다. 대형차량이 돌아갈 우회도로를 만들 수도 없고 모든 차가 고덕국제대로로 몰려 정체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오치성 평택시가 조금.... 발전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택은 서울 등 타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도시가 아니다. 평택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의미다. 그런 상황에서 2기 신도시의 막차를 타고 국가 주도의 대규모 신도시인 고덕신도시 입주가 시작됐다. 평택을 대표할 랜드마크 신도시가 시작됐는대 정작 평택시는 무관심하다. 문제를 지적하면 균형발전을 얘기하며 예산이 없다고만 한다. 보기에 평택시가 말하는 균형발전은 평택 곳곳을 난개발하고 하향 평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정된 재원을 여기저기 쪼게 쓰다 보니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효과는 없고 예산만 낭비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균형발전이라는 허울을 쓴 난개발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평택 전체를 상향평준화할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오세옥 타지에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야 한다. 체육이나 레포츠 시설이 부족해 아쉽다.
이상헌 공무원들은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런데 보면 어디에 썼는지 당췌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시청 공무원들은 시골 면서기 수준이다. 시민이 민원을 넣으면 규정 따지고 들어줄 생각을 안 한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형님, 이것 좀 해주세요” 하면 금방 해준다.

종합운동장 건립과 관련, 정장선 시장은 최근 고덕입주민 간담회에서 막대한 예산이 든다며 사실상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권희선 절차가 잘못 됐다. 신도시 계획을 바꾸면서 입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주민이 문제 제기를 안했으면 밀실에서 몰래 처리했을 거다.
오치성 평택시는 핵심을 못 잡고 있다. 종합운동장 고덕신도시 건립 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 문제는 그동안 본인들이 저질렀던 과오와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거다. 땅값이 비싸다, 종합운동장을 짓기에 5만평으로 부족하다고 되풀이하는데 건립 계획을 세울 때부터 알고 있지 않았나.무엇보다 평택시 행정이 앞뒤가 맞지 않고 모순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종합운동장 용역을 발주해놓고 용역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LH에 ‘그 땅에 종합운동장을 지을 계획이 없다. 5만평 중 1만평만 쓰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그 공문을 입주민들이 지적했더니 담당 공무원은 ‘그런 적 없다’고 주장했는데 나중에 정장선 평택시장이 주민 간담회에서 ‘공문을 보냈다’고 인정하는 식이다.
오세옥 얼마 전 정장선 시장을 면담하고 종합운동장 문제를 건의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공무원들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건지 시장이 관심이 없는 건지 알 수 없다.
방정원 현재의 평택시 행정은 입주민의 기대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입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

거주 지역을 선택할 때 교육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재 계획된 교육여건에 만족하는지와 추가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효은 비상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고덕신도시 지도를 다 외웠다. 학교 몇 개가 어디에 들어서는지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지도대로 계획대로만 만들어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약속한대로만 해주면 좋겠다.
권희선 평택시가 비평준화 지역이다. 고덕신도시에 중학교·고등학교가 생긴다 해도 다른 곳으로 통학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이들의 학습권, 교통여건 등을 고려해볼 때 평준화지역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현재 평택에서 상위권 학생 상당수가 외부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걸로 알고 있다. 교육의 질을 높여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이효은 동감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권희선 고덕신도시 입주민들끼리 ‘삼성고’ 하나만 들어오면 좋겠다는 소리를 한다. 교육여건이 좋아야 신도시가 찬다. 여건이 좋지 않으면 이주하는 데 주저주저한다. 현재 수도권 주민들의 마지노선은 동탄이다.
오세옥 그동안 평택시는 50~60대를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자녀들 교육을 마친 세대다 보니 교육에 관한 관심이 옅을 수밖에 없다. 고덕신도시는 30~40대가 주축이다 보니 관심이 높다. 그리고 예전에 자녀를 키울 때와 정보·제도 등이 바뀌어서 놀랄 때가 있다.

주민이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이 높다면 그 지역의 발전 가능성은 높다는 견해가 있다. 고덕신도시가 스쳐 지나는 지역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 보는지
이상헌 평택은 평택시·송탄시·평택군 3개 시·군이 통합된 도시다. 송탄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왔는데 평택시·평택군에 비해 송탄시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고덕신도시는 배타적으로 대한다. 입주민들을 가리켜 “아파트 값만 올리고 떠날 사람”이라 말하는 분을 참 많이 봤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고덕신도시가 그동안 누려온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느끼지 않나 싶다. 이런 시각이 심해진다면 평택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세옥 고덕신도시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을 때 외지 사람이 싹 쓸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이사와 보니 많은 분이 살고 있더라. 고덕신도시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지역봉사를 권하고 싶다. 평택은 정말 모임이 많은 지역이다. 도농복합지역이다 보니 모임·단체 활동을 기반으로 교류가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거라고 자신한다.

평택시, LH 등 행정기관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불만이 많았을 거라 보는데.
이효은 제일풍경채 비상대책위 주민들끼리 ‘우리는 평택시가 아니라 LH시로 왔나 봐’라고 한다. 예를 하나 들겠다. 제일풍경채 앞에 있는 버스정류소에 비나 눈을 피할 부스를 만들어달라고 수차례 건의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LH가 만들 때 부스를 만들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 안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얼마 전 송탄출장소 간담회에서 제일풍경채 주민대책위 부회장이 건의했더니 그 자리에 바로 만들어줬다.
권희선 정말이다. 주민 민원을 공무원들이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커트하는 거 같다.
오치성 최근 송탄출장소와 오성면사무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평택시가 앞으로 간담회의 정기적 개최할 것을 약속했다. 보니까 간담회가 공무원 간 소통의 장이 되는 거 같다. 평상시에 고덕신도시 문제에 관해 부서 간 소통을 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방정원 고덕면행정복지센터에 가보니 정말 시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민원을 넣으면 가끔 공무원들의 태도가 귀찮아한다.

입주 이후 지금까지의 고덕신도시에 점수를 매긴다면.
이상헌 LH나 평택시 행정은 0점이다. 입주민들이 이끌어낼 변화를 기대하며 70점을 주겠다.
방정원 발전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 60점이다.
권희선 교육·행정·교통 3박자가 맞아야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 현재로만 보면 30점이다.
오세옥 여기 오기 전까지 40점이었는데 얘기를 나눠 보니 50점으로 올렸다. 고덕신도시에 살면서 젊은 분들의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을 알게 돼 정말 좋다.
이효은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교육·의료 등 여건이 너무 부족하다. 애가 아파도 근처에 갈 응급실이 없더라. 1년 동안 안 바뀌더라. 같이 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 20점이다.
오치성 점수를 매기면 50점이다. 앞으로 잘하면 100점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0점이 될 수도 있는 기로에 서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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