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알파탄약고 어떻게 활용하나

[평택시민신문] 2002년 한미 양국은 한강 이북의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미군기지가 재편되면서 전국적으로 반환 공여지가 발생하면서 활용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알파탄약고는 고덕면 율포리 산 48에 위치한 약 28만㎡의 주한미공군 시설이다. 지난 2008년 반환공여지로 결정됐으며 고덕국제신도시 개발구역에 포함됐다. 알파탄약고는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평택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현재 주한미군 측은 반환시점을 미루고 있으나 현재 국방부와 평택시는 2021년 중에 알파탄약고를 돌려받겠단 입장이다. <평택시민신문>은 창간 24주년을 맞아 이르면 내년 반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알파탄약고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활용방안을 함께 고민하고자 인천 캠프 마켓과 월미도 탄약고 등 다른 지역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부평 캠프 마켓 B구역의 조병창과 미군 벙커

시민 의견 따라 반환된 캠프 마켓
LPP로 반환되는 기지는 총 80곳으로 적지 않은 곳이 공원으로 조성됐거나 조성계획이 수립됐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부산 캠프 하야리아, 용산 캠프 킴, 부평 캠프 마켓 등을 꼽을 수 있다. 캠프 하야리아는 2010년 반환된 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14년 시민공원으로 개장했고 캠프 킴은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라 부지 일부가 공원으로 만들어진다. 캠프 마켓은 현재 반환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캠프 마켓은 반환, 시설 존치, 공원화 계획 등에 있어 조례로 시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부평 캠프 마켓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 군수기지 세워졌다. 해방 후에는 무기를 제조하는 조병창 등을 점령하고 제24 군수지원사령부(24th Army Service Command)를 주둔시키면서 주한미군기지로 자리 잡았다.

캠프 마켓 사례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반환부터 공원화 결정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이다. 1990년대 이후 캠프 마켓은 부평구 도심 가운데 위치해 있어 지역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로 남아 있었다. 이미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빵·세탁 공장과 야구장 등 위락시설 기능만 남아 군사 시설로선 사실상 의미 없는 상태였다.

1996년 ‘우리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가 결성되는 등 본격적인 반환 운동이 시작됐다. 2001년에는 부평구민 1만5194명이 캠프 마켓 이전을 묻는 주민투표를 요구해 주민투표 조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캠프 마켓은 2002년 반환 결정됐다. 인천시는 2008년 활용방안에 대해 설문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시민 의견을 수렴해 공원을 조성키로 했다.

월미공원 둘레길 숲속갤러리 사진=월미공원사업소

건축물 보존은 지자체의 의지 중요
캠프 마켓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두 번째는 시민참여위원회의 역할이다. 시민참여위원회는 한미군 공여구역 등의 활용을 결정하는 거버넌스로 2011년 제정된 ‘인천광역시 캠프마켓(부평미군기지) 반환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 운영 조례’에 따라 설치됐다. 위원회는 인천시, 인천광역시의원, 주민대표, 시민단체, 분야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 구성 후 가장 먼저 반환공여지 내 건물을 함부로 부수지 않는다는 사안을 합의했다. 2014년 공원으로 조성된 캠프 하야리아의 경우 건물이 오염된 경우 부수는 것으로 결정됐으나 인천은 오염된 건물도 우선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캠프 마켓에는 일제강점기에 건설한 조병창을 비롯해 캠프 마켓 정문, 미군 막사·벙커·군견사육장 등 시설이 많이 남아있다.

인천시는 주한미군 측에 건물을 보존한 채 반환할 것을 요청해 돌려받았다. 조병창 등은 현재 문화재청의 근대건축물 조사를 받았으며 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지난 20일 건축물 존치여부와 활용방안 등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캠프 마켓 시민참여위원으로 참여했던 장정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는 “반환공여지의 건물은 그 자체로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않고 대부분이 오래됐기 때문에 미군 보존을 요청할 경우 대부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평택에서 알파탄약고를 돌려받는다면 탄약고를 보존하자는 지역사회의 합의와 원칙을 바탕으로 시가 미군 측에 보존을 요청하도록 해야 한다. 활용방안은 그 이후 논의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전쟁의 상흔 승화시킨 월미도 탄약고
월미공원 둘레길 숲속갤러리는 탄약고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알파탄약고 활용방안의 한 사례로 제시할 수 있다. 월미도는 해방 후 해군이 주둔했던 곳으로 제2함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부지를 반환함에 따라 2001년 공원으로 조성됐다.

탄약고는 그동안 조성방안을 두고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2019년 4월 17일부터 5월 30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 갤러리와 쉼터를 겸한 공간으로 조성키로 결정됐다. 탄약고 크기는 110㎡이며 내벽 도색작업과 전문 갤러리 형태의 조명으로 공간을 보강했다. 전시는 시민·작가·동아리 등 단체의 작품 전시·발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평상과 테이블 등을 두어 이용객의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알파탄약고, 조속히 활용 준비 나서야
알파탄약고 공원화 조성논의는 지난 2005년 ‘알파탄약고연구회’가 결성되면서 시작됐다. 당초 경기도와 LH는 탄약고 전체를 허물고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연구회의 노력으로 2009년 탄약고 12동을 존치하고 부지 14만8156㎡를 공원으로 조성키로 변경했다.

위원회는 알파탄약고 관련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건물존치와 반환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파트 입주민들을 중심으로 학교 건립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탄약고 이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황우갑 알파문화예술공원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부지 반환이 미뤄지면서 2014년 잠시 활동이 주춤해졌으나 최근 고덕 입주민들 사이에서 교통체증과 위험성 등으로 인해 탄약고 이전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며 “평택시도 부지 반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므로 반환 요청과 함께 탄약고 등을 온전히 돌려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알파탄약고는 단순히 미군기지를 돌려받자는 운동이 아닌 공간을 활용하자는 계획”이라며 “조속히 민관이 협력해 알파탄약고 조성방안을 마련해 LH에 제시하고 알파탄약고 부지를 문화·관광자원화하는 데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협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