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평택섶길이 나아갈 길을 묻다 ⑤

[평택시민신문] 걷기여행은 일상생활권을 벗어나 다른 지역의 길을 걸으며 그곳의 자연‧문화‧역사를 감상하고 체험하는 활동을 말한다. 평택시에는 걷기여행길인 ‘평택섶길’이 조성돼 있다. 섶길은 지난 2015년 평택의 정체성이 담긴 역사‧문화‧자연 자원을 잇는 12개 코스로 시작해 현재는 약 180㎞의 16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지난 5년여 동안 섶길은 다양한 사람이 찾는 길이자 교육의 장소로 성장했다. 그러나 걷기여행길의 후발주자인 만큼 성공적으로 자라잡기 위해 아직 길동무(해설안내사)‧프로그램 운영과 길의 유지‧관리를 위한 개선 과제가 남아있다. 평택시민신문은 전국의 주요 걷기여행길을 통해 섶길이 보다 성공적인 걷기여행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과 방향은 무엇인지 총 5회에 걸쳐 다루고자 한다.

 

평택의 역사와 정체성 설명하는 길
혁신교육 사업, 경기둘레길에 활용
안정적 운영 위한 지원 조례 필요
운영 평가해 개선점 찾을 때

지역 명소 발굴 위해 출발
평택섶길은 지역의 주요 유적 등 명소를 발굴해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지역 내에 갈 곳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역사·문화 관광을 명소를 한나절 동안 둘러볼 수 있는 길을 모아 평택 전체를 도는 둘레길을 개발하기 위해 공무원·지역 언론·환경활동가 등이 의지를 모았다. 2013년까지 자전거와 차량으로 설정한 윤곽을 직접 걸으며 2015년 12개의 코스를 개발하고 평택섶길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현재는 2016년에 추가된 순환형 코스 4개를 포함해 총 16개 코스 180㎞의 도보 트레일로 운영되고 있다. 평택시청을 출발해 수도사·만기사·진위향교 등 평택의 주요사적을 거쳐 다시 평택시청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평택섶길은 지역의 역사·문화·경관을 담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했기에 길마다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완주하면 평택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천, 자연환경, 구도심, 산업단지 등을 골고루 담았다.

이러한 특성상 평택섶길의 가장 큰 특징은 혁신교육지구 사업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평택창의체험학습센터의 혁신교육지구 사업 중 ‘우리고장평택’ 프로그램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으며 평택지역 24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평택섶길추진위는 송탄 오산공군기지가 위치한 신장동 일대 구도심을 지나는 ‘다문화길’을 개발 중이다. 진위천·안선청 등과 과거 포구였던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물길’도 조사하고 있다. 하천의 발원지와 과거 물길을 토대로 배가 다니던 길을 토대로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주2회 현장을 답사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마다 역사전공자와 모여 사료를 검토하며 역사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장순범 평택섶길추진위원장은 ”평택에 역사자원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한국사에서 평택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섶길을 걸으면 알 수 있다“며 ”외지에서 온 사람들과 외국인들도 길을 걸으며 평택이라는 지역을 자세히 알아갔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평택섶길은 경기둘레길의 일부 구간으로 포함됐다. 경기둘레길은 경기도 외곽을 연결하는 총 길이 860km, 60개 코스의 길이다. 기존 구간 중 노을길, 비단길, 소금뱃길 구간이 삼거리, 신대2리 마을회관, 평택항 마린센터로 이어지는 총 길이 60.6㎞의 경기둘레길 44~46코스로 활용된다.

장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경기둘레길이 추진됐는데 올해 어느정도 윤곽이 잡혔다“며 ”다른 지자체와의 경계구역에선 일부 변동이 있지만 기존의 걷기길 구간을 채택한 경우는 섶길이 유일하다. 그만큼 평택섶길이 지역의 문화자원을 거치고 활용하도록 만들어졌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조례 제정과 전반적인 점검 필요
평택섶길의 다양하게 활용됨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지원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걷기여행길의 조성주체는 크게 산림청, 지자체, 민간단체로 나뉜다. 산림청과 지자체에서 예산을 받은 경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나 지방선거, 정권교체 등 정책결정자의 바뀌는 경우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민간 주도로 시작한 올레길, 내포문화숲길, 여강길 등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민간이 주도할 경우 사업의 안정성이 있다. 반면 재정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별도의 후원이나 지원이 없는 경우 지속적인 길의 운영과 관리가 어렵다.

현재 평택섶길추진위는 평택문화원에서 사업비를 일부 지원받고 있으나 상근 인력을 두고 지속적으로 길을 유지 관리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동안 평택섶길은 길과 프로그램을 유지관리할 상근 인력이 없다는 것이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받았다. 혁신교육지구 사업 등 프로그램 진행요원이 길의 운영·관리를 전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관련 조례 제정이다.

장 위원장은 “최근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걷기여행길 관리운영을 입법화하려고 한다”며 “자동차도로처럼 걷기길도 국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로 관리 주체가 나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관련 법이 만들어져도 국가나 광역지자체서 추진하는 길은 국가와 광역지자체가, 개별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길은 개별지차에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평택시도 이에 대비해 조례 제정과 체계적인 관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표지의 시인성이 떨어지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평택섶길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리본 외에도 나무, 돌 등 자연물을 활용해 표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자연물로 만들어진 표식의 수명이 짧고 주변과 비교할 때 눈에 잘 띄지 않아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장 위원장은 “비교적 표식이 잘 설치된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도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평택섶길은 표식이 많지 않아 처음 걷는 사람은 어렵게 느낀다”며 “표식뿐만 아니라 길 관리 등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활동을 평가하고 길의 운영과 표식 운영체계와 관리 방안 등을 전문가에게 객관적으로 점검받고 개선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

평택섶길을 설명해달라
평택섶길은 자신이 사는 삶의 터전을 알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평택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평택을 잘 모른다. 60대 이상인 평택 토박이도 섶길을 걸으며 처음 가본 지역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평택은 외지에서 이사한 인구가 많고 미군기지 등으로 외국인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섶길을 통해 평택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길에 담긴 평택의 정체성을 말해 달라
평택은 해양도시라고 생각한다. 국제항인 평택항이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해양도시라고 할 수 있지만 고대부터 평택은 물류·인적교류의 역할 담당해왔다. 지리적으로 물길을 이용하기도 좋았고 실제로 이용했다는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사료도 많다. 그 정체성을 길로 확인할 수 있도록 원효길, 비단길 등 코스에 반영했고 과거 포구였던 지역 등을 코스에 포함시켜 옛 물길을 설명하고 있다.

평택섶길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궁극적으론 평택의 지속가능한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평택은 미군기지를 비롯해 고덕 삼성전자 등 많은 개발이 이뤄졌다. 이제는 주민들의 삶의 형태를 유지하고 자연을 보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해야 한다. 평택에 개발되지 않은 지역에 시민들이 찾아가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오래된 탈곡기나 낡은 농협창고는 주민입장에선 활용가치가 없는 자원이지만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가치로 해석될 수 있다.

평택섶길을 누가 이용하고 있나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지역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한다. 기업에서 연수목적으로 오거나 완주 걷기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엔 섶길을 찾는 외국인도 늘었다. 지난 한 달 동안만 해도 주한미군의 가족들이 삼봉정도전기념관에 섶길 코스를 문의해 마침 현장에 있던 안내사가 길을 안내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청북읍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코스를 섶길 코스를 문의한 적도 있다. 추진위 차원에서도 외국어 안내를 준비하고 있지만 시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영문 표지와 안내판 등을 준비해야 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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