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당산 에코뮤지엄 조성사업 중간보고

80년 넘은 소나무군락 등 식생 다양해
문화·역사 반영한 조성계획 세워야
미군 시설 등 온전히 돌려받는 것 중요

[평택시민신문] 주한미군 CPX훈련장이 위치한 강당산 일대를 에코뮤지엄으로 조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평택문화원은 17일 팽성국제교류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강당산 CPX훈련장 에코뮤지엄 조성 연구사업’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강당산 CPX훈련장 에코뮤지엄 조성 연구사업은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후원으로 평택문화원이 주최하고 시민환경연구소와 평택섶길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이날 보고회는 강당산 일대의 적송림과 생태축을 보전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조사하고 향후 에코뮤지엄을 조성하기 위한 기본 구상을 연구하고자 마련됐다. 에코뮤지엄은 지역의 고유한 자연환경·문화유산·생활방식을 보존·전시하고자 지역 자체를 박물관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강당산은 팽성읍 송화리와 남산리 경계에 걸쳐있는 숲이다. 청일전쟁 당시에는 일본군 주둔지로, 1930년대에는 일본 해군의 벙커로, 해방 이후에는 주한미군의 CPX훈련장으로 사용됐으나 반환대상 공여지로 지정됨에 따라 반환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강당산은 그동안 군사 시설로 사용된 탓에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 수령이 오래된 나무와 다양한 식물이 잘 보존돼 있어 생태적 가치가 높다.

보고회에 따르면 강당산 일대의 식생을 조사한 결과 총 64과 165종류의 식물이 확인됐다. 특히 소나무, 아까시나무, 상수리나무, 리기다소나무, 백목련·일본목련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군락은 80년 이상됐으며 상수리나무·리기다소나무군락과 아까시나무는 약 60여 년 전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백목련은 용화사에 심은 나무에서 확산·분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당산 일대의 역사·문화유적으로는 강당산 현감공덕비, CPX훈련장, 콘크리트 블록(콘센트 막사 터)과 미군 막사, 부용산 지하벙커 등이 확인됐다. 특히 CPX훈련장으로 쓰인 지하벙커는 일제강점기 지역 주민과 서울지역 학생들을 근로보국대로 강제동원해 건설한 것이 확인됐다.

이날 중간보고 발표를 맡은 시민환경연구소 백명수 소장은 “강당산의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성을 반영하고 숲을 역사생태공원 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기존 콘크리트 블록은 야영장 등으로, 컨테이너 형태의 막사는 방문객센터, 전시관, 쉼터 등 편의시설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환 이후에도 논의를 이끌어 갈 정규적이고 항구적인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포럼 등을 운영해 중요한 논의를 지속하고 제언을 확보하는 작업이 반환 전에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발표 후에는 자문위원인 신정섭 한국생태문화연구소장, 김홍렬 서울시 용산공원전략팀 주무관, 황우갑 알파문화예술공원 추진위원회 사무국장과 김창배 팽성상인회장 지역주민 등이 참석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강당산 에코뮤지엄을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벙커 등 기존 시설을 온전히 돌려받아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에코뮤지엄 방식으로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든다면 반환 이후 행정이 추진할 수 있는 시설 위주의 개발계획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무국장은 “부산 캠프 하야리아는 공원 조성과정에서 기존 공간의 일부만 남아 결과적으로 역사성이 훼손됐다. 건물 보존에 실패한 다른 지역의 사례를 참고해 최대한 공간을 남기고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당산 공원화를 추진하는 장순범 섶길추진위원장은 “반환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평택시나 국방부가 깊이 관여할 수 없는 이때 시민들이 반환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반환 이후 방향성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며 “특히 반환절차가 시민의 힘에 의해 앞당겨질 수 있다면 시민들이 원하는 활용방안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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