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문화비평가
 

1. ‘공재광시장님 당신 같으면 10년 전의 땅값으로 주면 받겠습니까!’ 평택시청 서문에 걸린 프랭카드 글귀이다. 죽어가는 사업을 살려놨더니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다. 지나가다 보지만 일개 시민도 씁쓸한데 그 당사자는 어떨까?  

새삼 20세기의 가장 극적인 선거라고 일컫는 1945년 영국총선이 생각난다. 세계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영국의 자존심, 자신이 곧 영국이었던 처칠의 보수당이 애틀리가 이끈 노동당에게 대패한 것이다. 그때 처칠의 심정은 어땠을까? 너무 거창한 역사를 끌어댄 듯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민심의 본질이다. 뜨거운 것 같지만 차갑고, 우매한 듯 하지만 무섭게 냉철하고 기필코 옳다. 정치인이 지나온 성취를 생각할 때 민심은 어느덧 미래를 본다. 아프지만 리더는 이러한 민심을 읽어내야 한다.

2. 도시의 개발과 확장은 우리 평택의 오랜 갈망이었다. 삼성이 오면 평택은 신천지가 될 것임을 믿으며, 평택이 80만, 100만의 도시가 될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곧 비전의 전부로 인식되는 신앙 속에 우리는 살아왔다. 드디어 삼성이 왔고, 경천동지할 만큼 신도시가 확대되고, 아파트 숲이 들어찼다. 우리 스스로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럼에도 우리 평택은 2015년에는 달성될 것으로 예측했던 70만은 고사하고 아직 50만의 도시도 되지 못했다. 신도시는 아파트단지 아니면 원룸단지로 채워지고, 현란한 상가들이 들어섰지만 천박하고 주차공간 하나 제대로 없다. 하늘은 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이고, 온 도시가 개발과 공사로 난리다. 도시는 커지고 건물들이 들어서지만 잔치를 벌인 것은 아파트건설사와 외부의 개발업자들 뿐이다. 이미 구도심은 황폐화하고, 기존 아파트값이 떨어져도 팔리지도 않는 상황이 되었다. 도시는 확대되고 외형은 화려해졌지만 많은 시민의 삶은 오히려 피폐해진 것이다.

3. 평택시는 시민의 요구가 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목마를 때 물이고 배고플 때 빵이다.  눈뜨면 개발이고 보는 것이 공사판인 평택에서 아직도 시민들에게 개발을 이야기하고, 도시의 무한한 확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비전이 아니다. 공허한 망상이고 시민의 변화된 요구를 읽지 못하는 무지이다. 어렵게 되살아난 브레인시티가 극적인 반전만큼 시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공허한 이유를 평택시는 감지해야 한다. 

시민은 이제 도시의 개발이 아니라 도시를 끌어갈 구체적인 비전과 철학을 묻는다. 시민은 이제 도시의 확대가 아니라 도시를 채우고 완성할 콘텐츠와 품격을 요구한다. 시민은 이제 공허한 외형이 아니라 공정과 세심함, 민주적인 룰과 절차가 구현되는 정제된 도시품격과 환경 그리고 교육과 문화 인프라를 요구한다. 시민은 이제 시에게 확대되는 도시를 관리하고 리딩할수 있는 단단한 행정역량을 묻고, 커져가는 도시에 걸맞는 시장의 리딩 콘텐츠를 요구한다.

4. 어느덧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적 외부환경이 현 시장을 보다 조급하게 할듯하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충언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새로운 시대를 통찰했던 처칠이지만 자신의 턱밑이 무너지는 것은 감지하지 못했다. 시장은 외부행사가 아니라 시정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본인의 입이 아니라 시정으로 시민이 느끼게 해야 한다. 선거가 다가오면 반복되는 행정의 경직성과 민감성을 극복하고 균형감과 안정감을 유지해야 한다. 시야를 넓혀 핵심적인 자리에 능력 있는 적임자를 배치하여 행정의 내부적 콘트롤을 강화하고, 공무원들이 시의 미래와 시민을 바라보는 행정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공무원들이 커져가는 도시를 관리하고 리딩할 수 있는 전문화된 교육훈련을 시스템화하여 도시의 관리능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해 가야한다. 

시장의 발목을 묶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시장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구습의 혼란을 끊고 과거와는 다른 시정문화를 정립하는 뚜렷한 인상과 장기적 비전을 남기라. 이것이 밖에서는 보이고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시와 시장이 다 함께 잘되는 가장 유효한 방법임을 확신한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