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한수출 규제와 한국의 대응 전략, 제외교전문가에게 듣는다

일본의 대한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주의 원칙에 어긋나

전국민과 초당적 단합 필요, 냉정‧단호하되 대화 지속해야

삼성반도체 입주한 평택, 한일 경제통상 문제 관심 가져야

[평택시민신문] 평택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반도체 공장이 가동 중이다.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품목에 반도체도 포함되어 있어 향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이에 이 분야에 식견이 높은 전문가와 긴급 인터뷰를 했다. 3개 국어에 능통한 경제외교 전문가인 홍기원 전 이스탄불 총영사는 평택출신으로 송신초, 효명중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방문학자를 역임했다. 35회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 공정거래위원회와 재정경제원 사무관을 거쳐 외교부 FTA 무역규범과장, 주중대사관 참사관, 인천광역시 국제관계 대사, 외교부 본부 대사를 지냈다.

 한일간 경제외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 후 재정경제원 국제경제과에 근무하면서 일본과의 경제통상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 외교부 아태통상과에 있을 때도 중국 일본과의 경제 통상 정책을 추진했다.

■ 평택에서 한일간 경제통상문제에 민감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뭔가?

평택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반도체와 다수의 협력업체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핵심품목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 소재이다. 또한 한일관계는 한미간 협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동북아 평화 안정에 한미일 협력은 중요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이 이번 사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 일본 정부가 7월 2일 반도체·스마트폰·TV 제조에 쓰이는 첨단 필수 소재 세 가지의 대한(對韓) 수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그 배경으로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라 하였고, 아베 총리는 7월 3일 NHK 참의원선거 토론회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등 국가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안보를 위한 무역관리를 전제로 하는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일본의 조치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임을 인정하였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면,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치되었던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으로부터 누적된 불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7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전쟁을 금지한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드는 일을 정치적 과업으로 삼고 있는 아베 총리의 정치 성향, 한반도 평화 무드에 대한 마뜩찮은 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는 정한론을 최초로 주장한 요시다 쇼인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내세우고 있으며, 그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총리는 A급 전범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고 평화헌법 개정을 최초로 추진한 인물이다.

■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말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기업 자산 압류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분명한데 이는 자유무역의 원칙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

일본의 조치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것이라면, 이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무역제한 조치로서 국제무역의 보편적 규범인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일본은 최근 일본산 전략물자를 우리가 북한에 반출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안전보장상 수출규제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해당 조치는 수출규제가 아닌 안보와 관련된 수출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하며 ‘부적절한 상황’으로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초기와는 다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무역 보복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통상 규범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일본이 수출 규제의 근거로 주장한 '신뢰 훼손'과 '부적절한 상황'이 현행 WTO 규범상 수출규제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일본도 이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지, 7월 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해당 조치는 수출규제가 아닌 안보와 관련된 수출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12일 개최된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자 실무회의에서 일본은 우리나라를 안보상 우호 국가인 백색(화이트리스트)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있다. 전략물자란 무엇인가?

핵폭탄이나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이들의 제조·개발·사용 또는 보관 등의 용도로 전용될 수 있어 국제평화 및 국가안보를 위하여 수출관리가 필요한 품목을 의미한다.

■ 백색국가 제외는 일본의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가?

이는 우선 한국이 전략물자에 대한 통제 관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백색국가가 안보상 문제없는 국가를 의미하기에 제외되면 안보상 문제가 있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갖게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일본이 8월 22일 쯤 이 조치를 취하면 그 영향은?

우리가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전략물자 품목에 대해 일본 정부의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거의 전 산업에서 수출규제가 강화되게 된다. 실제적인 영향의 수준은 일본의 구체적인 조치 내용을 보아야 알 수 있다.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 된다면 한일간 대립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한국정부와 기업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국제무역규범에 위배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무역기구를 통해 그 부당성을 적극 알림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대해 나가고 대미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일본이 알 수 있도록 ‘냉정하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일본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예고된 대로 일본이 우리에게 백색국가 제외 같은 추가적 규제조치를 취한다면 우리의 대응은?

우리 정부는 기업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세제 및 예산 지원, 수입선 다변화, 부품·소재 분야 기술력 제고를 위한 정책적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대응해 나가고, 국민들이 이를 한마음으로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일본으로서도 우리를 결코 ‘가볍게’ 대하지 못할 것이다.

한일간에는 과거사에 대한 인식과 입장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한 생각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솔한 사죄와 반성의 모습을 보여 온 독일과는 다른 시각과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기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동북아 지역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여겨 왔던 한국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일본은 의심의 눈초리로 보아왔다. 이러한 인식과 입장 차이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이 있다면?

양국은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만 하는 가까운 이웃나라이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위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당사자인 일본 기업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본 국내 기업들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배상을 하자는 ‘1+1’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 방안을 꼭 고집하지 않겠다며 타협 여지도 열어 두었다. 일본은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양자 사이에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 외교가 할 일이다. 대화를 해야 한다.

■ 7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가 청와대 회동을 통해 일본의 보복에 맞서 초당적 비상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금번 사태 해결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무기는 전 국민적인 여론의 뒷받침이다. 우리 국민이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일본이 강하게 나오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초당적 비상기구가 이러한 역할을 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황우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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