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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경자씨

기사승인 2020.01.17  1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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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순
시인 · 사진작가

[평택시민신문] 2020년 새 해가 밝았다. 육십갑자로 경자년이며 12지간으로 쥐띠해이다. 쥐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이며 지혜롭다는 흰 쥐의 해라고 한다.

해가 바뀌고 나면 열두 띠 동물의 특징에 해당하는 마켓팅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올해는 편의점마다 '사랑해요 경자씨'라는 문구와 함께 마켓팅 전략이 시작되었다. 울 언니 이름은 경자이고 나는 쥐띠이다. 나의 해가 언니 이름과 같아 감동이 배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나에게 올해의 의미는 더 각별하다. 자신이 태어난 해가 된다는 회갑(환갑)을 맞은 해이다. 어릴 때 경험했던 할아버지의 환갑잔치가 마치 어제의 일처럼 떠오른다. 시골 마당에 음식을 괴어놓은 잔칫상 앞에서 자손들이 큰절을 올리고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잔치를 벌였다. 일명 기생이라고 불리는 젊은 여성이 흥을 돋우며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가족과 친척들이 새 한복을 지어 입고 인생의 절정에서 축복의 날을 맞이했던 거 같다. 내가 성인이 되어 맞은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들의 환갑잔치 또한 장소만 바뀌었을 뿐 자손들과 일가친척들, 지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성대하게 치른 잔치였다. 자식들 키우며 고생한 것을 환갑잔치를 통해 보상받는다고 여겼던 거 같다. 심지어 잔치를 하지 않고 지나가면 마치 인생을 헛살았다는 자괴감이 들었던지 칠십에 이르러 성대한 고희연으로 대체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는 사라져간 풍습이 되어버린 그 풍광들을 떠올려보며 어느새 그 나이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 환갑을 맞이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또한 살림살이가 넉넉치 못했던 시절이라 하루만이라도 풍요를 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라도 하듯 환갑의 의미가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외모로 보면 예전 환갑을 맞이한 초로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그 나이가 되었다는 걸 쉬쉬하며 숨기고 싶어한다. 100세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61이라는 숫자는 장년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엇을 시작해도 늦을 것이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자신의 인생 황금기가 65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과연 나는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황금기를 맞이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가? 라는 물음이 맞을 것이다. 큰 틀 안에서의 내 인생의 목표는 독서와 여행과 사람과의 유연한 관계이다. 우선 건강을 챙겨야 할 것이다. 육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 챙기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음식을 잘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을 고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마음의 허기를 채워 줄 책을 꾸준히 읽을 계획이다. 오랜 독서 습관은 나를 가장 평온하게 해주는 안식처이자 친구이다. 두 아들이 결혼해 시어머니가 되었으니 이젠 정말 어른이 되었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떠밀려서 된 위치이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새로 맞이한 식구에게 어떻게 관용과 사랑을 베풀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 하나는 함께 늙어가야 할 남편과 주위 지인들과의 관계이다. 젊어서 만나 자식들 키우느라 둘 사이에 많은 역할들이 놓여 있었지만 오롯이 두 사람에게 집중하다 보니 자칫 신경이 예민해질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 남녀의 위치가 바뀌어 남자는 집안으로 들어오고 여자는 밖으로 나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변화와 간극을 어떻게 메꿔나가야 한단 말인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나타내는 말이다. 부드러운 말씨로 서로를 대한다면 웬만한 갈등은 골이 깊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사람 사귀기가 쉽지 않다. 보는 순간 설렘으로 훅 들어오는 사람 만나기가 점점 쉽지 않다. 운 좋게도 얼마 전 덴마크에서 온 말리라는 친구가 내 시야를 넓은 세상으로 향하게 해 줘서 많이 설레고 있다.

새해 첫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길에 나선다. 그리고 새 기운으로 새 계획 새 결심을 하며 새 출발을 한다. 어느 광고 문구에서 2020이라는 숫자를 gogo로 고쳐 쓰는 기발한 창의성을 보았다. 경자 언니와 여동생 둘, 넷이서 여행 예약을 했다. 올해 첫 여행을 계획하고 기다리며 1월을 보낼 것이다. ‘사랑해요, 경자씨’를 품에 안고 풍요의 상징, 흰 쥐가 의연하게 인생의 황금기를 꿈꿀 것이다.

 

※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평택시민신문 webmaster@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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